서울 올 279건, 한달새 32% 감소…작년 평균보다 29%나 줄어
신반포1차·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등 재건축 수천만원씩 하락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주상돈 기자]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1월 분양권 거래량은 전월 대비 3분의2 수준에 머물렀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웃돈 규모에 관계없이 분양권을 서로 사려고 나서던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졌다.
공급과잉 우려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여파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5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추세와 비슷한 모습이다. 부동산 투자 심리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풀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축된 매매심리로 눈치를 보는 장세가 상당기간 연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79건으로 전달(413건) 대비 134건(32.4%) 줄었다. 지난해 평균인 393건보다는 114건(29.0%) 감소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에 따른 불안감, 그리고 공급과잉 우려 등에 따른 전반적인 주택 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분양 호조에 따라 분양권 거래가 너무 많았던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권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분양 계약을 통해 입주 가능한 권리를 말한다. 이때 아파트 등 실물자산이 아닌 입주 권리를 사고파는 것을 분양권 거래라고 한다. 향후 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이 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양권 거래 가능 시기는 지역과 주택건설용지에 따라 달라진다. 건설사가 조성한 민간택지의 경우 수도권은 계약 후 6개월, 지방은 계약 후 즉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다. 공공택지는 지역에 관계없이 계약 1년 후부터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있다. 분양 물량이 지난해 12월 5만가구 수준에서 올 1월 5600가구로 급감한 것 자체가 분양권 거래감소의 주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대문구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153건이 거래됐는데 올 1월에는 68건만 거래됐다. 거래량이 반토막 난 셈이다. 거래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북아현동에 공급된 'e편한신촌'의 전용면적 84.8㎡ 11층 분양권의 경우 지난해 11~12월 7억3200만~7억4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1월에는 7억1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5억9900만원에 손 바뀜이 있었던 전용면적 59.9㎡ 12층은 지난 달 5억8300만원에 분양권이 팔렸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가격하락 추세가 뚜렷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9㎡는 지난달 중순께 10억3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이후 같은 평형이 10억5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고 지난해 11월에는 11억5100만원에도 거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신반포1차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의 분양권은 강남권 재건축단지 가운데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이 아파트 84.9㎡ 평형의 경우에는 지난달 9억5700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되기도 했다. 분양 당시 비슷한 평형대 가운데 가장 싼 집이 12억원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사례다.
또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시영 재건축) 84.8㎡형은 지난해 10월 전후로 7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됐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6억8000만원대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이밖에도 강남구 수서동 세곡지구나 송파 위례신도시에서도 불과 2~3개월 만에 분양권이 수천만원씩 떨어진 단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분양권 거래에서 발생한 프리미엄을 취득세 과세표준에 반영하기로 한 영향도 일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본질은 주택 매매시장의 위축이 분양권 거래 시장에도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매가는 5주 연속 보합세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도 전주 대비 0.01% 상승한 1월 셋째 주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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