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3일 막을 내린 다보스 포럼에서의 주제는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기술(IT)과 운용테크놀로지(OT)의 융합으로 완전한 자동생산체계 구축과 생산 과정의 최적화가 이뤄지는 스마트 팩토리가 등장하는 시대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 융합을 통한 대변혁과 혁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의 정치 지도자와 최고경영자(CEO) 및 학자 2500여명이 모인 경제포럼에서 다가올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포럼이 개최된 것이다.
250년 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100년 주기로 제2차와 제3차 산업혁명이 이뤄져 인류의 삶은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50년 만에 이뤄지면서 발전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신속한 적응력과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엑센츄어의 피에르 낭텀 회장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고 국가도 퇴보할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이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제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다보스의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앞으로 5년간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급변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약자인 여성 사무직과 행정직이 일자리를 빼앗길 확률이 가장 많고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중산층이 몰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지만 소득불균형 심화와 일자리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도 동반한다.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에서 요구되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최우선적으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 즉,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선두에서 지식을 창조하는 역할을 담당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의 현실은 여전히 지식의 창조가 아닌 지식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과열된 교육열이 더해져 초등학생들부터도 엄청난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고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서 훌륭한 인재가 양성된다면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선행학습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사고력은 기대할 수 없다. 한국에서 노벨상이 안 나오고 스티브 잡스처럼 혁신적인 기업인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웬만한 수능점수로는 들어갈 엄두도 안 나는 우리나라의 소위 일류대학 미대에서 천재적인 화가가 나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교육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관심이 없고 교과부는 권한이 없다고 몸 사리고 있지만 실상은 개혁의지 자체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야심차게 '제조업 혁신 3.0'을 내놓았지만 스위스 유비에스(UBS)은행에서 최근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25위에 불과했다.
이렇듯 인재 양성의 문제도 더 이상 정부의 손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사립대학의 교육과 입시에서는 정부가 손을 떼고 대학에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정원의 20%는 수능이 아닌 창의력과 사고력 위주의 입시로 선발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시대의 교육방법으로 새로운 시대의 인재를 키울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육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차세대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