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이 여야 협상에 참여하게 되면서 쟁점법안에 대한 그의 생각에 정치권 시선이 쏠린다. 가장 먼저 관심의 대상이 된 건 노동개혁법이다.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이 여당의 노동개혁에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측은 이를 반박했지만, 김 위원장의 뚜렷한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2005년 4월26일 '비정규직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수용 촉구결의안'을 공동발의했다. 그가 17대 국회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내던 시절이다. 그해 4월14일 인권위에선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 법안에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며 "비정규 보호라는 당초의 취지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발표했다.
이를 지지하는 차원의 해당 결의안에선 ▲기간제 노동의 사용사유 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채택 ▲파견제의 포지티브 현행방식 유지 ▲서면계약 ▲사용자 책임강화 ▲파견노동자 노동3권 강화 등을 정부가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의 세부 내용은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과거 의중이 현재 더민주와 별 차이가 없단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의 취임 첫날부터 그의 2012년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중 일부를 인용하며 노동개혁 법안 처리 압박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고용유연성을 한층 강조해 임의로 정리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노동법을 개정함으로써 나이 먹은 사람은 걸러내고 자식 세대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양보해야 한다'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파견법 등 노동개혁과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 인식은 우리 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김 위원장은 그의 저서에서 양극화 현상 해소를 위해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예시로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든 것도 사실이다. 하르츠 개혁은 복지 축소와 노동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김 위원장은 책에서 "파견근로와 해고 보호 등 계약직에 관한 규제를 대폭 축소했다"면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은 슈뢰더의 개혁 덕분에 독일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이런 과감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고칠 수가 없다"고 썼다. 새누리당의 주장도 일정 부분 타당한 셈이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반박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하르츠 개혁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독일은 당시에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은 상황이 아니었고 노조의 경영 참가권이 보장된 독일과 그렇지 않은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고 논평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처리하는 본회의 직후 여야 '2+2 회동'에 참석한다.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만나 나머지 쟁점법안과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협상하는 자리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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