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분석…한계 지적도 "완전 활용까지 10년 걸릴 것"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까. 인공지능(AI)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는 크레디스위스와 노무라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한 BOJ 통화정책 예측 프로그램의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알아맞춘다니 생소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실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지난 2014년 10월 BOJ가 깜짝 양적완화를 단행했을 때 이를 예측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추가완화를 제대로 예측한 전문가들은 9.4%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10월이 아닌 다른 달을 꼽거나 추가 양적완화가 아예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크레디스위스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한 'BOJ 텍스트 지수'는 당시 추가완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high chance)'고 판단했다. 노무라의 'AI 경제 민감지수' 역시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절반 이상의 전문가들이 BOJ의 추가완화를 예상했지만 BOJ가 동결했을 때에도 크레디스위스는 인공지능의 분석을 토대로 추가 완화가 '제한적일 것(limited chance)'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BOJ 텍스트 지수의 경우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2400쪽, 300만단어에 달하는 BOJ의 통화정책 결정문을 비롯해 총재의 기자회견, 위원들의 발언, 보고서 등이 분석 대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긴축 또는 완화의 조건이 되는 경제와 물가에 대해 BOJ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노무라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기술인 딥 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BOJ의 월간 보고서를 분석하고 향후 통화정책을 예측한다.
노무라는 "1년반 동안 AI 경기민감 지수를 시험 해본 결과 이를 거시 경제 분석에 활용할 준비가 됐다"고 지난 여름 밝혔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야마모토 유키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의 임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료들을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스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분석에서 수출, 물가 등의 지표를 통한 최근 BOJ의 경기예측이 다소 낙관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은 "이번달 회의에서 BOJ가 통화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인공지능을 접목한 금융 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크레디스위스 는 아직 지수의 변동성이 높으며 장기 예측보다는 향후 1~2개월과 같은 단기 예측에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무라와 크레디스위스 프로그램 모두 이번달 회의에서 BOJ가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들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 엔화 강세와 같은 1월 거시경제 상황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예상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인 동경대 마츠코 유타카 교수는 "인공지능을 금융분야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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