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각 군·구에 재원조정교부금을 앞당겨 지급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시는 340억원 규모의 1·4분기 재원조정교부금을 당초 일정보다 약 두 달 앞당겨 25일 인천 10개 군·구에 지급했다.
이에 따라 군·구별로 500만에서 17억원까지 총 92억3000만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어린이집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인천시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예산 편성을 거부함에 따라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해 시·도로 전출해야 하는 의무적 경비"라며 지난 20일까지 1월분 누리과정 운영비 100억원을 전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시교육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은 시교육청이 매달 20일 인천시로 전출해주면 시가 22일 군·구에 지급하고 25일 군·구가 어린이집 등에 예탁·지급하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인천시교육청이 "누리과정은 중앙정부 책임"이라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인천시의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6개월분 예산 561억원을 편성했지만 시교육청은 교육감 동의 없이 예산을 편성했다며 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시의회는 지난 22일 재의 요구안을 처리하려다 무기한 연기했다. 누리과정 예산 마찰 사태가 전국적인 현안인 점을 고려,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간 협의를 지켜보고 재의 요구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시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재의 요구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법적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천과 같은 상황에서 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타 시·도교육청들과 연대해 소송에 나설지, 인천교육청 단독으로 제소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충남·충북도교육청 등은 도의회가 일방적으로 증액 편성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충남도교육청은 재의결 되더라도 대법원에 제소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교육청은 교육청의 예산 편성권이 집행부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인천도 끝까지 법정대응을 고수할 수만은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세우지 않겠다던 다른 시·도교육청이 입장을 바꾸고 있고, 인천만 예산편성을 계속 거부할 시 보육대란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재의 요구안이 처리되기 전 까지는 예산을 시에 전출할 수 없다"며 "설령 재의결되더라도 법적대응 등 여상황을 검토해 (전출 여부를)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시교육청은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 추가 편성 계획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시 교육청은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현재로서는 재원이 없어 누리과정 예산을 세울 수 없다"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