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스 그 후]'요람에서 무덤까지'…목숨 위협받는 한국인들

시계아이콘02분 4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뉴스 그 후]'요람에서 무덤까지'…목숨 위협받는 한국인들 사진=아시아경제 DB
AD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부모가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3년 넘게 냉장고에 보관해 온 사건이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들의 삶은 참 고달프다. 태어나면서 늙어 죽기 전까지 연령대 별로 학대ㆍ타살ㆍ자살 등 온갖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삶은 애처럽기까지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꿈꾸고 "한국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아기 - 영아 살해


세상에 나오자마자 살해당하는 아기들이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법원에서 영아살해 등으로 재판을 받은 사례는 59건이다. 범행 동기로는 미혼 출산에 따른 수치심, 생활고로 인한 양육 여건 부족 등이 주로 꼽혔다. 놀라운 사실은 산모가 주로 저지르는 영아 살인은 법정 형량이 일반살인보다 낮다는 점이다. 형법 250조 2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선 일반적인 살인 형량보다 법정형을 무겁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영아살해의 경우 산모가 심리적인 불안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을 인정해 법정형을 일반 살인죄보다 낮게 책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갓난아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친정에 택배로 보낸 30대 여성, 갓 출산한 아이를 3층 빌라 창문 밖으로 던진 20대 여성의 경우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데 그쳤다.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지는 것이 영아 살해의 원인으로 꼽힌다.


[뉴스 그 후]'요람에서 무덤까지'…목숨 위협받는 한국인들 어린이집 아동 학대 /MBN 뉴스 캡처


▲아동기 - 아동 학대


최근 인천 연수구에서 한 초등학생이 오랫동안 집에 갇혀 폭행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뼈만 남아 있는 이 아이의 모습에 온 국민이 치를 떨었다. 이 아이는 자칫하면 제2의 초등학생 아들 시신 보관 사건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아동학대는 매년 2만 건에 달한다. 2014년의 경우 1만7791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고 사망한 아동만 17명이었다. 아동학대 사범도 2010년 118명에서 2014년에는 1049명으로 10매 가까이 늘었다. 충격적인 것은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의 80%가 부모라는 사실이다.


▲청소년기 - 학교 폭력ㆍ왕따ㆍ자살


통계청의 '2012년 청소년 통계'를 보면 2010년 1년 동안 15~24세 청소년 사망 원인 중 1위가 바로 자살이다. 인구 10만 명 당 13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기준 전 세계 청소년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7.4명인 것에 비해 약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심각한 학업 스트레스가 꼽힌다. 무한 경쟁 속에서 오직 'SKY'만 인정받는 사회는 청소년들을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한 채 오직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획일화된 일상에 빠진 아이들은 스스로의 인생을 무가치하게 여기면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과 왕따도 문제다. 학교 폭력은 최근 감소 추세다. 그러나 음성화ㆍ 흉포화ㆍ저연령화 추세가 심해지면서 청소년을 괴롭히고 있다. 2008년부터 2014년 8월 말까지 발생한 학교폭력은 14만5865건에 달했다. 연간 2만여 건이 넘는 수치다. 박근혜 대통력이 4대악으로 규정해 단속을 강화한 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구속자 수가 늘어나는 등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기 - 취업난ㆍ빈곤ㆍ군대 폭력


지난해 청년 취업률은 9.2%로 역대 최고치였다. 2000년대 초 신용카드 대란이나, 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하다. 구직 단념자는 1년새 7만 명이나 늘었고, 취업준비생과 아르바이트생 등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합치면 청년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보니 청년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18~24세의 빈곤률은 19.7%로 60~64세의 20.3%와 맞먹는다. 25~29세도 12.3%를 기록해 50~50세의 11.4%보다 오히려 높다.


사라지지 않는 군대내 폭력도 청년들을 위협한다. 2010년부터 2014년 6월 말까지 4년6개월 동안 육군에서 발생한 폭행ㆍ가혹행위ㆍ폭언 사건은 1600건으로 매년 300~400건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폭행이다. 이로 인해 자살하는 청년들도 많다. 군대의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2006년 11.3명 ▲2007년 11.4명 ▲2008년 11.7명 ▲2009년 12.4명 ▲2010년 12.6명으로 증가했다. 군 내 자살자 수는 ▲2005년 64명 ▲2006년 77명 ▲2007년 80명 ▲2008년 75명 ▲2009년 81명 ▲2010년 82명으로 집계됐다.


▲장년기 - 질병ㆍ돌연사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가고 40~50대가 되면 온갖 질병들이 찾아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국민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40대 사망자의 28.8%가 암으로 죽는다. 이어 자살(18.8%), 간 질환(8.3%) 등이 뒤를 잇는다. 50대도 암(38.3%), 자살(10.0%), 심장 질환(7.5%) 등이 3대 사망원인이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하던 가장이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는 50.3명에 달한다. 단일 장기 질환으로는 암을 제치고 사망률 1위였다.


▲노년기 - 고독사ㆍ독거노인ㆍ빈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독거노인 수는 지난해 말 현재 137만9000명이다. 2005년 77만7000명보다 1.8배 늘었다. 2025년엔 현재의 1.6배인 224만8000명, 2035년엔 2.5배인 343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노인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17.8%에서 2035년에 23.2%까지 증가한다. 노인 4명 중 1명은 혼자 살게 된다는 것이다.


홀몸노인의 24.4% 가량이 심리적 불안감과 외로움, 21.6%는 경제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독거노인의 89.2%가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55.9%는 3개 이상의 복합만성질환에 시달린다. 또 3명 중 1명꼴로 우울감을 느끼며, 31.5%는 인지기능이 떨어져 치매 위험이 높은 상태다. 2014년 기준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40%가 60대 이상 노인이다.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경제적으로 독립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률은 47.2%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런 이유로 국내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9명에 이른다. 역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