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미국과 EU 등의 대(對) 이란 제재 해제로 이란이 경제 재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건설업계 움직임도 빨라졌다. 그간 제재로 인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이란과의 교역이나 투자가 묶여있었던 만큼 향후 다양한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2020년까지만 214조원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다.
이에 건설사들의 활동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은 현지에 나가있는 직원들이 수주 후 중단된 프로젝트 재개와 신규 프로젝트 발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2009년 수주한 6억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12단계 액상처리시설 및 유틸리티 프로젝트(패키지2)를 2010년 중단한 채 재개를 기다려왔다.
현지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사회가 대 이란 제재 해제 논의에 착수한 이후 내부적으로 기존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에서 현지 시장을 검토중"이라며 "과거 이란 현지에서 공사경험이 많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현지 지사설립을 준비 중이다. 또 현대건설은 지난해 테헤란에 지사를 열고 직원을 파견했다. 제재가 시행되기 전인 2008년 13억달러가 넘는 공사를 수주하고도 이후 제재가 시작되면서 프로젝트를 포기한 GS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 역시 다각도로 검토에 나섰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새 프로젝트 발주가 쏟아질 계획이면서 과거에 진출이 많았던 '텃밭'이라는 점 때문이다. 제재가 본격화된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국내 건설사의 주요 무대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이란에서의 수주액은 24억9201만달러(계약액 기준)로 전체 국가 가운데 다섯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이후 제재가 시작되면서 국내 건설사는 현지에서 신규 수주는 물론 기존 공사도 제대로 진행하기 쉽지 않게 됐다.
권명광 해외건설협회 이란담당 팀장은 "제재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국내 건설업계 전체 누적수주액이 120억달러에 달해 전체 6위 수준이었으나 이후 제재로 현지 사업이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해제 조치로 각 건설사별로 관련팀을 꾸리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과거 1975년 삼성물산이 현지 항만공사를 따낸 것을 필두로 최근까지 45개 업체가 진출했다. 인구 8000만명으로 중동지역에서 내수시장이 가장 큰 축에 속하는데다 매장량 세계 3위로 원유기반시설이 많아 가스ㆍ정유 플랜트 등 국내 건설사가 주력하는 대형 인프라 시설 발주가 많았다. 2009년 제재가 시작되면서 현지 수주활동이 어려워졌지만 일부 건설사는 현지 인력을 상주시키며 '훗날'을 도모해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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