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선별적 유산 금지에도 40%에 달해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베트남의 젊은 여성들이 성(性)에 대해 너무 무지한 나머지 낙태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여성들의 낙태율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수도 하노이 소재 중앙산부인과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들의 임신 가운데 40%가 낙태로 막을 내린다.
베트남에서는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다. 남아가 가계를 잇고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전통 관념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태아의 선별적 인공유산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2003년이다. 그러나 이를 강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개인 병원에서 의사에게 75달러(약 8만9000원) 정도 쥐어주면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성별을 금방 알 수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베트남 신생아들의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1명이다. 베트남공산당은 성비 불균형으로 한 세대 뒤면 많은 남성이 결혼할 짝을 찾지 못하게 되리라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인신매매·매매춘·성폭력·정치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베트남은 인구급증에 따른 실업과 주택난 등으로 '1가구 2자녀'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최근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한 중국에 자극 받아 베트남이 '두 자녀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십년간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사회·경제를 지탱할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인구 9000만 가운데 무려 3분의 2가 노동가능 연령대에 속한다. 따라서 베트남은 향후 30년 동안 경제 붐을 구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인구절벽'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일본 같은 선진국들처럼 베트남의 일부 도시에서도 출산율이 '인구대체 출산율(현 인구구조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출산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베트남이 선진국과 다른 것은 선진국으로 성장하기도 전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자녀 정책이 폐기돼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새 인구법에 따르면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 아닐 경우 임신 12주 이후의 낙태 수술은 금지된다. 현재는 임신 22주 이후다. 그렇다면 많은 임신부가 불법 낙태 수술로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입안 중인 인구통제 수단은 '인구의 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건 당국은 태아에게 장애 조짐이 있을 경우 낙태를 권유할 수 있다.
몇몇 당국자는 도시에서만 두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그밖의 지역에서는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교육·소득 수준이 높은 부부는 아이를 더 가져도 되고 소수민족 등 교육·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은 더 못 갖게 된다. 사실 이들에게는 자식이 유일한 사회안전망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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