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급파된 'B-52' 폭격기는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북한의 제4차 핵실험(6일) 나흘만인 10일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 전략무기인 'B-52'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이 감행한 제4차 핵실험을 미군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B-52는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전력 중의 하나로 반세기가 넘는 기간 중요한 전쟁 때마다 미국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미군의 장거리 폭격기인 B-52는 10일 괌의 앤더스 기지에서 한반도 상공에 출동해 전격 비행하고서는 괌으로 되돌아갔다. 북한이 수소폭탄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의 일이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B-52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52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을 계기로 펼친 작전 때 출격한 이후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 수준이 높아질 때마다 한반도에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B-52는 폭격훈련에 참여하며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B-52의 출현이 핵실험이 있은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이번 전개는 꽤 빠르게 진행됐다.

과거와는 달리 사전 예고 없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국제 사회의 규약을 다시 어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전투에서 위력을 떨친 만큼 북한도 B-52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B-52 등 미군 전략무기가 잇따라 한반도에 출현했을 때도 "미국의 노골적인 핵 공갈과 위협이 시작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도 핵실험에 대한 상응 조치로 B-52가 등장함에 따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B-52 전개와 관련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철통 방위 공약과 미 본토에 대한 방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5년 처음 배치된 B-52는 60년간 한반도뿐만 아니라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격전지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쌓았다.

구소련과 맞선 냉전 시대에 B-52는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꼽혔다. 이 전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미국 본토와 동맹이 핵 공격을 당했을 때 보복하는 '3대 전력'으로 꼽힌다.

베트남 전쟁(1960∼1975년)에선 융단 폭격을 퍼부었고 1991년 걸프 전쟁에 투입되고선 이라크군을 무력화하는 데 첨병 역할을 했다.

AP통신은 이라크군에 퍼부은 폭탄 가운데 40%를 B-52가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1년 '9ㆍ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B-52를 투입했다. 미국이 중요한 전쟁 때마다 활용하면서 B-52는 '심리적인 일격'을 가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