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 등 수요 넘치는데…경기·인천 등 미분양 줄이어
올 상반기 공급량 많아…"전세대란 이후 상황 달라질 수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1.지난해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직장인 김모씨. 그가 사는 대구에서 연일 치열할 청약 경쟁이 펼쳐졌는데 번번이 당첨되지 못한 것이다. 연말께부터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분다는 소식에 청약통장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이번에도 당첨자 명단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5일 대구 '범어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청약에서는 35가구 모집에 5229명이 몰린 것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보니 집값은 이미 뛸 대로 뛰었고 매물도 많지 않아 집 장만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2.서울 전셋값 고공행진에 경기 용인으로 떠밀려온 직장인 이모씨. 용인 지역 인근 아파트를 사려고 이곳저곳을 탐문하다 구입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최근 미분양이 급격히 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할인해줄 것이라는 주변의 조언이 많아서다. 이씨는 "올 상반기에도 분양이 많이 예정돼 있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분양가 등 조건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해 주택시장의 표정이 지역마다 갈리고 있다. 지난해엔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주택시장이 뜨거웠다면 올해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발 악재, 금융권의 대출규제 등으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을 틈타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낸 지역은 미분양으로 분위기가 차가워지고 있다. 반면 서울ㆍ부산ㆍ대구 등은 여전히 수요가 넘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분양한 단지 중 대구와 서울은 주택시장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도 완판에 성공했다. 대구 '범어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평균 14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서 청약이 마감됐다.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도 평균 10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마감됐다. 지역적 특성이 실수요자 뿐 아니라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선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경기·인천의 경우 지난해 12월 분양한 22곳 중 13곳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미분양 아파트 중에선 청약당첨자들의 계약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 전북 고창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는 231가구 모집에 39명만 청약해 미분양 물량을 추가했다.
업계에선 당분간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을 앞둔 물량이 많은데 이로 인해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아서다. 올 1월에만 전국에서 1만5497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된다. 최근 5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물량이다. 불안한 시장 상황에 전국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보합을 보이고 있다. 반면 매수세 위축으로 전세수요가 더 늘면서 전셋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 물량이 넘치면서 수요자들이 리스크(위험)를 관리하며 신중하게 청약에 나선 결과"라면서 "상반기에도 공급물량이 많아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 뿐 아니라 지역 내 양극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수기인 계절적 영향도 있기 때문에 봄 이사철 전세대란을 겪고 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이런 시장 여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