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발간 학술지 게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내에서 유행하면서 바이러스 일부에서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메르스 유행은 중동지역에 비해 훨씬 강력한 감염력으로 변이 논란이 많았지만,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변이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공식 입장이었다.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연구팀이 지난해 메르스 진단을 받았던 환자 8명에게서 채취한 객담 등의검체를 이용해 메르스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변이가 관찰됐다.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유전자로 구성됐다. 이중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은 사람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결합, 바이러스를 증식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국내 메르스 첫 확진자를 비롯해 2번째, 9번째, 10번째, 12번째, 13번째, 15번째 환자의 검체를 이용했다. 또 인체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를 동물세포에 증식시켜 변이 여부를 관찰하는 연구도 이뤄졌다.
그 결과 중동에서 유행한 메르스 바이러스와 비교해 전체 당단백질의 염기서열 4000개 가운데 8개 부분에서 염기의 변이가 있었으며, 이중 4개에서는 아미노산도 변이가 관찰됐다. 또 동물세포에서 증식시킨 바이러스에서도 변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유전자 변이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2015년 당시 국내에 메르스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동안 유전적 변이가 많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런 변이가 결과적으로 메르스의 감염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결론 내리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호흡기바이러스 과장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 중 0.1%가 사우디에서 발견된 기존의 바이러스와 차이를 보였다"면서 "감염력이 더 강력해 국민들이 우려할 수준의 변종인 8% 이상의 염기서열 차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저명 국제학술지(EmergingInfectious Diseases) 1월호에 발표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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