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집회 참가자들 취재진 폭행…기성 언론에 적개심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 뉴스 회피 부추기고
불안한 사회 분위기에 확증편향 강화
"기자다! 기자가 있다!"
"하얀색 패딩이다. 도망 못 가게 막아라!"
"순식간에 사람들이 에워싸고 핸드폰을 들이대니 맞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언론인이 현장 취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집회 현장에서는 악마화돼 있었다.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는 집회 현장에서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지만,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실어주는 유튜버들에게 호의적이면서 언론사 취재는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9시 뉴스 말고 유튜브 봐야해"…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않는가[유튜브와 확증편향]](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12009442794833_1737333867.jpg)
언론에 대한 적개심은 어떻게 촉발됐을까. 전문가들은 정치 편향적인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대중의 기성 언론 회피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 편향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은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진실' 등을 영상 섬네일 자막으로 강조하며 유튜브를 믿고 시청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최상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한쪽으로 쏠린 정치관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기성 언론에서 내놓는 보도는 내 생각과 다른 것들이 많으니 불편함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의 경우 내 가치관과 일치하는 채널 운영자들이 그것이 맞다고 이야기해준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내 생각이 맞는다는 경험을 강화해주는 유튜브 채널에 빠지다 보면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반대되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확증편향을 보이게 된다. 이 편향된 구독자들을 통해 채널 운영자들은 돈을 벌고, 플랫폼 사업자들도 이익을 본다. 이 순환은 더 자극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나라 안팎의 혼란한 분위기는 유튜버들의 정치편향이 대중들에게 스며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치적 혼란, 사회적 재난, 경제적 어려움 등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누군가를 쉽게 믿기 어려워진다"며 "외적인 혼란과 개인의 내적 불안이 맞닿게 되면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믿게 되고, 감정적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 하락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의 뉴스 이용자 67%가 기성 언론의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회피 이유로는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언론학자들은 언론의 신뢰도 하락과 유튜브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확증편향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성 미디어가 역할을 다하는데 소홀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성 언론은 정치적 사안을 다룰 때 가져야 하는 윤리나 언론 규범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언론으로 해야 하는 공적인 판단이나 윤리적 판단을 회피하고 단순히 양측 발언 중계에만 그치는 형식적인 사실주의에 빠져있다. 이러한 양비론적 태도에 시민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언론은 오히려 이를 중재하는 역할에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9시 뉴스 말고 유튜브 봐야해"…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않는가[유튜브와 확증편향]](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11514011890278_1736917278.jpg)
그렇다면 확증편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먼저 검증의 습관을 지닐 것을 당부했다. 유튜브의 정보와 기성 언론의 정보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최 교수는 "유튜브에 나온 내용이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것이 기성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는지 체크해보는 것"이라며 "기성 언론이 아무리 편파적이고 정파성을 가질 수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유튜브의 채널 운영자들보다 규제도 많이 받고 체계적으로 운영이 된다. 그러니 기성 언론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는 극단적으로 치우친 집단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임 교수는 "혼란의 상황에서는 편향성이라는 것도 대중화될 수 있다. 일단 정치적, 사회적 안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단순히 극단적인 소수의 사람으로 치부하고 무관심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에게 다른 가치관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소통을 이어가야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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