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사실상 사문화된 ‘소요죄’ 적용 여부를 두고 검찰이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54)의 구속기간이 끝나가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이문한)는 5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한 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경찰이 한 위원장을 체포·구속한 뒤 지난달 18일 검찰에 넘기면서,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기간 만기(6일)를 하루 앞둔 시점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빚어진 경찰과의 충돌 및 차벽 손상, 도로점거 및 해산명령 불응 등이 한 위원장의 선동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수사결과를 종합할 때 민노총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폭력시위를 계획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열린 앞선 10차례 집회에 대한 불법 책임도 한 위원장에게 묻기로 했다. 재판에는 수사 검사가 직접 관여해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이 추가 적용한 소요죄 혐의는 일단 법원 판단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법은 다중이 집합해 폭행ㆍ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경우 이를 소요죄로 처벌하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ㆍ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수사 단계에서 소요죄가 적용된 마지막 사례는 1986년 5월3일 인천에서 벌어진 '5ㆍ3 인천사태'로, 이후 30년 가까이 실무적으로 활용된 적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판례 등에 따르면 법원은 한 지방에 있어서의 공공의 평화, 평온, 안전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소요죄를 인정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아래 소요죄를 인정한 사건들 역시 이후 재심 등을 통해 무죄로 돌아선 결론도 다수다.
검찰 안팎에선 한 위원장에 대해서도 소요죄를 적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견해가 제기돼 왔다. 광화문 일대에서 하루 만에 끝난 민중총궐기 집회가 한 지방의 평온을 흔들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것.
한편 검찰은 민중총궐기 집회 관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간 8명을 구속 기소하고, 경찰을 지휘해 관련자 총 351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속 수사 중인 3명도 조만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불법시위 삼진아웃제를 엄격히 적용해 반복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원칙적으로 법정에 세우고, 복면 착용 불법집단행동사범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며, 과격 폭력행위자 및 주동자는 구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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