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난로, 전기장판, 머플러 판매량 줄어
지역 겨울 축제도 난감…"낚시 해야되는데 하천이 안얼어"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달부터 예년 평균기온을 웃도는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한파특수를 기대하던 유통업계 곳곳이 울상이다. 손난로나 전기장판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 머플러, 패딩점퍼 같은 방한 의류 매출도 부진하다. 겨울 축제로 1년 장사를 하는 일부 지역경제도 먹구름이 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 평균기온은 10.1℃를 기록, 평년(7.6℃)보다 2.5℃ 높았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했지만, 한낮엔 가벼운 점퍼차림으로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의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져 주말이던 지난 13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10℃를 웃돌기도 했다.
헤비다운이나 스키용품, 방한용품 등 추울수록 많이 팔리는 제품들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중이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이마트의 방한용 아우터(겉옷) 매출은 전년 대비 24.4% 급감했고, 난방용품(전기요·매트·난로류)은 14.6% 줄었다. 머플러와 장갑은 최대 20% 매출이 감소했다.
'편의점 핫팩'도 판매가 줄었다. 편의점 핫팩은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에 길거리에서 싸고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파특수 제품으로, 12월과 1월 매출이 반짝 급증한다. 그러나 GS리테일의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의 핫팩 판매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12.9% 감소했다.
어묵이나 군밤, 군고구마 등 겨울철 별미를 파는 길거리 노점상 역시 기대 이하의 매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비까지 자주 내려 거리에서 간식을 사먹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에서는 이틀에 하루 꼴로 비가왔다. 1973년 이래 최다 수준이다. 강수량 역시 110.4mm를 기록해 평년의 두배를 웃돌았다.
광화문 대로변에서 호떡과 붕어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날씨가 추워야 뜨거운 길거리 음식들이 많이 팔리는데, 며칠간 행인들이 낮이면 겉옷을 벗고 손에 들고 다닐 정도"라면서 "작년 이맘때엔 붕어빵을 굽느라 몇 시간은 화장실도 못 갔는데, 요즘엔 만들어 둔 게 식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역 곳곳에서 개최 예정인 겨울 축제도 비상이다. 포근한 날씨에 하천이 제대로 얼지 않거나 눈을 구경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예년의 경우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개최됐던 평창송어축제는 축제가 열리는 평창군 진부면의 오대천이 전혀 얼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축제위원회는 일단 개막은 하고 놀이시설만 운영, 메인 행사인 얼음 낚시 등은 연기했다.
대관령눈꽃축제역시 지난 14일 회의를 통해 축제 일정을 10여일 가량 늦추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령면 송천 일원에서 1월 초 개최되는 이 축제는 대형 눈조각이나 눈썰매, 얼음썰매 등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경우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년 1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한파용 제품들의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한다"면서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비도 자주오고 기온도 크게 올라 관련 장사를 망친 곳이 많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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