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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너무도 '순진했던'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부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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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너무도 '순진했던'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부하들 신연희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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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주 서울 공직 사회에선 '강남구청 댓글 부대' 사건이 뜨거운 화제가 됐다. 지난 8일 서울시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던 강남구청의 일부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 중 서울시 등 '적대 세력'들을 비난하고 강남구청을 편드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는 경향신문의 보도는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강남구청은 당일 2~3명의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달았을 뿐 '댓글부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음날 "사실 확인 결과 11명 가량의 강남구청 공무원들의 문제성 댓글을 확인했다"며 감사를 통해 진상 파악ㆍ징계에 들어가는 등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번 '강남구청 댓글부대' 사건의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본다.

▲ 너무도 '순진했던'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부하들


이번 의혹이 폭로된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너무나 '어리숙했던'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행동과 그 부하 공무원들의 '천진난만한' 수법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눈치채고 집요하게 추적해 폭로한 여선웅 강남구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여 의원은 신 청장이 지난 10월15일 강남구의회에서 벌인 '소동'을 통해 '댓글 공작'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됐다. 당시는 신 청장이 옛 한전 본사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 용도를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다가 "차라리 독립시켜 달라"는 취지의 공개 서한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던 때다.


그런데 신 청장은 이날 구의회 본회의에서 난데없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찬성 여론도 많다며 특정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구의원들에게 배포하려 했다.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제지당하면서 구의회 의장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실제 비난 일색이었던 다른 기사와 달리 신 청장을 편들고 서울시ㆍ박원순 시장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신 청장으로선 궁지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댓글 공작'의 가능성을 의심케 한 '순진한 행동'이었다. 결국 집요하게 파고든 여 의원에 의해 '댓글 부대' 운용 의혹이 폭로되고 말았다.


일선에서 '공작'에 나섰던 '댓글부대원'들도 충성심만 가득했을 뿐 꼬리를 밟힐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을 거듭했다. 우선 댓글을 달면서 사용한 포털 아이디가 서울시 공무원 내부통신망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똑같았다. 댓글 마다 '명함'을 달아 뿌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의 행동이었다. 이로 인해 진상 조사에 나선 서울시는 손쉽게 11명의 '혐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댓글의 내용에도 강남구청 공무원들만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포함돼 있어 의심을 자초했다. 이들은 댓글에서 '영동대로 복합개발', '복합환승터미널' 등의 단어를 사용했는데, 강남구청이 한전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 용도를 둘러 싼 논란에서 서울시에 맞서기 위해 주로 쓰는 단어들이다.


▲강남구청 공무원들은 왜?


서울시가 밝혔듯이 강남구청 공무원들의 댓글은 범법 행위일 소지가 높다. 공직자 윤리 강령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근무태만, 형법상 모욕죄ㆍ명예훼손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 비록 왜곡됐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도 있었던 2012년 국정원 댓글 부대원들도 아닌, 일개 지자체에 불과한 강남구청의 공무원들은 어쩌다 이같은 행위에 가담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지자체 특성상 구청장이 갖고 있는 인사권 등 강력한 권한 때문에 공무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에도 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특히나 강남구는 2010년 신 청장 취임 후 줄세우기 인사가 지독한 곳으로 소문나 있다.


전임 구청장 측근 이라는 이유로 강제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이모(61) 전 강남구청 공무원이 대표적 사례다. 얼마 전 4급으로 퇴직한 이씨는 '전임 구청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3년간이나 서울시ㆍ타 자치구 등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 2013년 3월 이후엔 1년여간 아예 보직도 없고 사무실 책상ㆍ컴퓨터도 없이 재택 근무를 해야만 했다.


이 씨는 이 기간 동안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았다. 그는 구청장에게 찍힌 인물이라는 게 소문이 나 지역 사회에서 왕따가 됐고, 우울증 때문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한강에 가서 목숨을 끊을 생각마저 했다. 이씨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는 물론 혈세 낭비, 인사 규정 위반 등이 지적됐지만 신 청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방치했다.


강남구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원래 지자체 시스템상 구청장의 힘이 막강하긴 하지만, 신 청장의 경우 업무 능력보다도 '충성심'을 가장 중요한 인사 기준으로 삼고 있어 공무원들이 찍히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몸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멀쩡했던 공무원들도 강남구청에만 가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부작용 논란에도 등장


강남구청 댓글부대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둘러 싼 논란에도 등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8일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에 대해 "(공무원들을) 권력의 눈치만 보고 운영을 왜곡하거나 돈벌이에 급급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강남구청 댓글부대' 사건을 '부작용'의 사례 중 하나로 들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새누리당이 구청장으로 있는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 서울시장을 비방하는 '댓글부대' 구실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를 돈으로 통제하고 권력의 충견에게 성과급을 퍼준다면 이런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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