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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엔젤' 복면 쓴 월급도둑일까…응답하라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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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저는 국민연금입니다. 1988년 태어났으니 내년이면 28살이 됩니다. 현재 저를 이용해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은 2148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700만명은 최소 연금가입기간 10년이 넘었습니다. 가입자 3명중 1명은 이미 어느정도의 노후자금을 준비한 셈이지요.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순조롭지 않았던 제 인생은 지금까지 파란만장, 그 자체였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산업화 이후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공적연금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화 직후인 1973년 저를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동에서부터 불어온 '1차 세계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국민연금의 도입은 무기한 연기됐죠.

실제 도입된 것은 이때부터 15년이 지난 1988년 1월이예요. 최근 인기 절정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의 배경이죠. 우리나라가 88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선진국의 제도를 대거 도입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도입 첫해부터 전국민의 원성을 샀습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노후를 강제로 준비하게 해주려는 '좋은 의도'와는 달리 국민들은 저를 '월급도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국민연금 폐지운동도 벌어졌습니다.


저에 대한 오해가 정점을 찍던 해는 2004년입니다. 일부 네티즌이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퍼트리면서 지금까지도 툭 하면 '기금고갈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사회보험의 특성상 국민연금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불가피한데, '기금고갈'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로 국민들의 공포를 부추긴 것입니다. 부과방식은 그해 쓸 지출을 그해 걷어서 재정을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독일이나 다른 선진국도 연금 도입 초기 '적립방식'에서 제도가 정착된 이후 연금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자 부과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미국은 부과방식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지만, 1981년 제도개혁 이후 2030년 초반까지 적립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50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3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금기금은 2044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 2060년부터는 기금이 고갈됩니다. 부과방식으로 바꾸거나 그 전에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연금기금 고갈에 대비한 옵션이 몇 가지 없다는 점입니다. 부과방식의 경우 현재의 인구 구조상 2060년 이후에는 연금을 받는 인구가 보험료를 내는 인구보다 많습니다. 연금보험료가 대폭 늘어나 일하는 젊은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기금운용의 수익율을 높이거나 연금 보험료 인상하는 방법이 거론됩니다. 연금 지급액을 줄이거나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고갈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연금개혁은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의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연금을 받는 노년층 역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저는 가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평균소득자가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해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만 65세부터 자신이 낸 보험료의 1.9배를 받는다는 분석결과가 있습니다.


월 100만원 소득자의 경우 20년간 보험료를 내면 보험료의 2.8배, 월 300만원 소득자는 1.6배, 최고소득자(월 421만원)는 1.4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 적을수록 나중에 받은 연금액이 커지는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이죠.


이는 사적연금과 비교할 수 없는 수익률입니다. 게다가 사적연금과 달리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수령액이 높아집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 내더라도 늙어서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용돈연금' 논란입니다.


저도 도입 초기에는 두톰한 연금봉투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기금고갈론과 노인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2007년 연금개혁이 단행됐습니다.


그 결과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집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전 벌어던 평균소득대비 연금의 비율로,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소득대체율은 46.5%(명목)입니다. 하지만 실제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25% 수준입니다. 지난해 8월 기준 국민연금 수령자의 1인당 수령액은 평균 31만7000원입니다. 제가 태어난지 27년밖에 안된 탓에 용돈 수준에도 못미칩니다. 올해 초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주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득상한액을 높이자고 주장합니다. 현재 저는 보험료를 내는 기준소득이 최소 27만원, 최대 421만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너무 적게 보험료를 낼 경우 노후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너무 많은 보험료는 고소득층의 노후만 더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소득상한액을 현재보다 대폭 올리면 가입자의 평균소득액이 함께 올라가면서 소득대체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전체가입자의 연금수령액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연금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 극빈층과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 등 이른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급선무라는 입장입니다. 얼마 전까지 국회에서 공적연금강화특위가 열려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활동이 종료됐습니다.


내년에는 저에 대한 보다 실효성이 있는 논의가 진행돼 기초연금과 함께 국민의 든든한 노후자금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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