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김혜민 기자] 올 초 삼성에서 한화로 옮긴 방산ㆍ화학 4개사 임원 60여명 중 10여명이 퇴임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한화그룹의 PMI(인수후합병) 과정 최전선에서 사측과 직원들 간 긴밀한 가교역할을 해왔지만 결국 1/6이 짐을 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해 임원 8명 중 절반이 퇴임하면서 임원 수 대비 가장 많은 인원이 옷을 벗었다. 한화종합화학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재조정 문제를 놓고 노조와 사측이 갈등을 빚어왔다. 급기야 지난 10월 한화종합화학 울산공장은 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서 직장폐쇄에 돌입하며 정점을 찍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홍진수 대표이사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사장이 물러나면서 다수 임원들도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맨'이었던 홍 사장의 뒤를 이어 회사경영을 맡게 된 임종훈 신임대표는 1984년 한화케미칼(당시 한국석유화학)에 입사, 30년간 한화에 몸 을 담고 있는 정통 '한화맨'이다.
한화종합화학의 임원 승진자는 삼성에서 넘어온 계열사 중 유일하게 '0'명이었다. 한화종합화학은 201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로 누적 25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있고 특히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사업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사업재편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토탈은 프랑스 토탈 출신의 임원을 포함한 전체 임원 40명 중 삼성 출신 임원 5명이 퇴임했다. 한화토탈은 올해 한화그룹이 정유사업에 재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지난 7월 한화토탈이 알뜰주유소 2부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한화그룹은 1999년 경인에너지를 매각한 지 16년 만에 정유사업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김승연 회장의 '정유사업 꿈'을 이뤄준 한화토탈에서는 강희만 전무를 포함해 삼성출신 4명과 한화출신 1명 등 총 5명이 승진한 반면 5명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삼성에서 넘어온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한 곳은 한화테크윈이다.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에 대해 '2025년 매출 10조원 목표'를 제시하며 기계ㆍ방산 주력계열사로 키우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곽종우 방산사업본부 사업운영팀장을 비롯해 총 8명의 임원 승진이 있었다. 그러나 한화테크윈에서도 삼성 출신 임원 1명 이상이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인재개발원 혹은 인사 담당 등 인사 분야 임원이 많이 넘어왔다"며 "내부에서는 PMI 작업의 일환으로 내부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방산부문 계열사인 한화탈레스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삼성 출신 임원 1명이 퇴임하고 2명이 승진하면서 임원 수가 14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 화학 3사 임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삼성직원들이 받는 연봉수준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의 빅딜이라는 점에선 같지만 기존 삼성맨들에 대한 처우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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