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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직장가]감원, 퇴임, 정리...그 어느때보다도 춥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연말 재계에 한파가 불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휘몰아 치는 가운데 연말 인사 시즌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면서 직장인들이 한껏 움츠러들고 있다.


몇 년째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조선, 해운 관련 기업에서는 직원을 줄이고 연봉을 삭감하면서 추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등 올해 실적이 나쁘지 않은 기업들도 임원 승진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연말 재계 분위기는 그 어느 해 보다 을씨년스럽다. 현대차그룹 등 아직 임원 인사를 하지 않은 기업의 직원들은 '줄이고 자르고 정리하는' 다른 대기업의 영향으로 승진 인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연말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실적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그나마 괜찮은 성적표를 받은 기업마저 임원 승진 인원을 줄이면서 ‘승진 잔치’를 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따라 연말 직장인들의 ‘체감 온도’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직장인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는 한파의 진원지는 조선 관련 업종이다. 몇 년째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만 4조 원인 대우조선해양은 본사 임원 30%를 줄이고, 연봉을 최대 20% 반납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사장단은 급여 전액을, 임원은 급여의 최대 50%를 흑자 전환 때까지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부장급 직원은 “회사에 20년 이상 다녔는데 이렇게 썰렁한 연말은 처음”이라면서 “고참 부장들은 구조조정 되지 않고 회사에 붙어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는 직원 약 500명이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서별로 하는 연말 송년회 날짜도 못 잡고 있는 곳이 많다”면서 “아예 건너뛰거나 점심 송년회로 대체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삼성그룹이 임원 승진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직장인들의 연말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갔다. 올해 삼성그룹의 임원 승진자는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총 294명이다. 지난해(353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삼성 임원 인사 승진 인원이 300명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247명)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그룹 전체 임원 2000여 명 가운데 400명 이상이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원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자문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직원들을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큰 잘못이 없는 경우 임원 승진 1년 만에 자문으로 물러나는 임원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문으로 물러나는 임원 1년차가 적지 않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임원 다는 것도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G그룹도 임원 승진을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였다. 실적이 부진한 LG전자는 20% 가량 축소했다. LG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의도 트윈타워 사무실 조도를 낮췄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직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침울한 회사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직 인사를 하지 않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 등 다른 대기업 역시 임원 승진 인원이 예년에 비해 많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그룹의 경우 올해 사업 목표였던 글로벌 시장 820만 대 판매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어서 승진 인원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지난달 론칭한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사기 진작 차원에서 보상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임원 승진 인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에 못 미치는 기업들이 승진자 수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내수 불경기와 수출 부진이 겹쳐 임원 승진 인원을 줄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지나친 직원 감축은 내수 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게 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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