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오는 9일 막을 내린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 통과의 데드라인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리를 촉구하고, 여야가 정기국회 내에 합의 처리키로 했다. 다만 양당이 10년간 극심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난항을 겪어 온 법이다. 국회 문턱을 순탄히 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與野 쟁점, 북한인권재단·북한인권기록보존소=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 후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 간 접점은 좀처럼 찾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북한인권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며 "국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역사적 이정표를 찍을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고 적극 최종 협의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여야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과 심재권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을 필두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당의 이견이 가장 큰 지점은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다.
새누리당은 통일부에 북한인권재단을 별도의 법인으로 설치해 북한인권과 관련한 시민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같은 여당의 법안이 대북전단(삐라) 살포 및 기획탈북을 주선하는 단체들에게도 정부 지원이 가능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인도적지원협의회'를 만들어 인도지원사업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조사·기록 방식도 쟁점이다. 새누리당은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통일부에 '인권정보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朴 대통령의 북한인권법 사랑=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인권법을 포함한 국회의 입법 지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인권법도 이미 다른 나라들은 제정이 됐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10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는 앞으로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해주시고,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사항 등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적극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었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북한인권법 사랑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5월12일 열린 '북한 주민 인권보장을 위한 입법토론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민족구성원에 대한 동포애이고 민족화합을 이루는 길"이라면서 "악화되는 북한 인권을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수수방관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북한인권법의 10년 역사=북한주민 인권에 대한 국회의 본격적 논의는 제16대 국회에서 '북한인권개선 촉구결의안'이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북한인권법의 최초 발의는 제17대 국회에서 이뤄졌다. 2005년 6월 당시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이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후 김문수 의원의 북한인권법, 정형근 의원의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이 잇따라 발의됐다.
제18대 국회에선 총 5개의 북한인권법(▲황우여 의원의 북한인권법안 ▲황진하 의원의 북한인권증진법안 ▲홍일표 의원의 북한인권재단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윤상현 의원의 북한인권법안 ▲김동철 의원의 북한민생인권법안)이 발의됐다. 당시 국회에선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지 살포문제가 북한인권법 논의의 가장 큰 쟁점으로 언급됐다. 해당 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2011년 6월28일 열렸지만 당시 민주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해 난항을 겪다 결국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선 2013년 12월, 북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군사정변을 꾀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하면서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됐다. 다만 2년 남짓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북한인권법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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