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43. 렌딧 김성준 대표
위험고객군 아닌데도 은행서 거절 당해
렌딩클럽 접하고 "한국엔 왜 이런게 없을까" 창업 결심
대출자·투자자 온라인 중개
신용등급 낮아도 7~15% 중금리 대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불과 1년 전까지 김성준 대표는 '렌딧'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대표였다. 미국에서 쇼핑ㆍ소셜 서비스를 운영하던 김 대표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P2P(개인 간 거래) 대출 회사를 직접 차렸다. 그 회사가 렌딧이다.
렌딧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P2P 대출 플랫폼 서비스다. 시중은행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7~15%대 중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김 대표는 스탠퍼드대학원을 중퇴한 후 2011년부터 3년 반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한 쇼핑 정보 서비스를 운영했다. 3년 동안 여러 번 사업 모델을 바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더뎌졌고 투자받은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 직접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시중은행을 찾아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신용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의 5배 수준인 22%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알아본 곳이 미국의 P2P 대출 플랫폼 '렌딩클럽'이었다. 렌딩클럽 사이트에서 제시한 금리는 7.8%. 김 대표가 P2P 대출에 꽂힌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왜 한국에 이런 서비스가 없는지, 한국의 대출시장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 있던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수집했다. 삼성화재에 근무하던 두 사람이 공동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개인대출시장이 규모가 연간 70조원이고 한국은 19조원인데 국가 경제 규모에 대출시장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라며 "신용등급이 4~6등급인 경우 위험고객군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금융기록이 없거나 애매한 기준에 있다는 이유로 적합한 금융상품이 없는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하고 시장 규모를 떠나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보기술(IT)과 통계, 금융에서 활동한 세 사람이 만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열두 페이지짜리 PPT(Power Point)만 들고 알토스에 찾아갔는데 마침 투자사도 P2P 서비스를 맡을 팀을 원해 창업 한 달 만에 투자를 유치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벤처창업과 인연이 깊다. 김 대표는 2005년 카이스트(KAIST) 학부 1학년일 때 휴학하고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하던 '올라웍스'의 창업멤버로 합류해서 4년가량 근무했다. 학부생으로 있을 때는 휠체어를 디자인해 3대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렌딧은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11월 말 현재 렌딧의 누적대출액은 45억6000만원, 257건의 대출을 집행했다. 지난 9월(23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늘었다. 렌딧은 기업이나 법인보다는 개인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렌딧은 기존에 집행했던 대출금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대출채권의 일정 부분을 매입해 자동으로 분산투자하는 방식이다. 포트폴리오 모집은 현재 4회까지 이뤄졌고, 5회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렌딧 서비스가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대출-투자고객의 균형을 맞춰 양쪽 고객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직접 경험했던 시장의 문제점을 풀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기술적으로 신용 위험도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최적화된 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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