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보호단체 "소비자들이 참고할 만한 중요지표인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금융감독원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실시해 온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전 업권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에 나선 이후 1년 만의 입장 변화다.
금감원 금융혁신국 관계자는 25일 "동양사태 등 굵직한 사건으로 미스터리 쇼핑 조사결과를 공표했지만 지난해 결과부터 내부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기로 했다"며 "업계가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내부적으로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2013년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업권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 평가결과를 일반에 공개해 왔다. 우수등급 금융회사의 판매관행 우수사례와 판매점포의 모범사례 등을 전파해 불완전판매를 뿌리 뽑겠다는 게 취지였다.
투자자보호 관련 단체는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 비공개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관계자는 "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다수의 펀드판매사 중 몇 곳을 골라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 만큼 참고할 만한 선정기준이 필요하다"면서 "그간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 결과가 선정기준이 됐던 만큼 소비자가 참고할 만한 중요 지표가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이어 일반 금융회사도 자체 미스터리 쇼핑의 수위를 대폭 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금융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산별교섭을 갖고 미스터리 쇼핑을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금융회사 지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스터리 쇼핑을 형식적 수준으로 유지하되 경영평가 지표로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게 골자다. 신한은행의 경우 미스터리 쇼핑 주기를 분기 1회에서 반기 1회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이 같은 우려에도 미스터리 쇼핑 결과를 내부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 개별금융사에 평가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 금융혁신국 관계자는 "올해도 내부적으로 70~80% 정도 업무를 진행한 상황"이라며 "평가가 저조한 회사에는 별도로 개선계획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 쇼핑은 2009년 1월 생명보험사를 시작으로 2011년 은행, 2013년 증권사로 확대됐다. 금감원 직원이 직접 나서지 않고 평가업무를 수행할 중소 중견업체들을 선정해 약 두 달에 걸쳐 평가를 진행, 2013년에는 최대 규모인 28개 금융회사 570개 점포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발표해 투자자보호는 물론 불완전판매 근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스터리 쇼핑= 기업(금융회사)이 소비자(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조사방법이다. 조사원이 소비자로 가장해 점포의 서비스를 평가하며 미스터리 쇼핑이라는 용어 이외에 암행평가, 고객접점평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사결과는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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