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발사 순항미사일,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 전력 녹슬지 않아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한 자국 여객기의 사고 원인을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폭탄테러라고 결론 내린 러시아가 응징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전력이 드러났다. 러시아는 특히 실전배치설이 나돌던 순항미사일과 Tu-160·95·22M 등 전략폭격기를 총동원해 라카 등 시리아내 IS 근거지를 초토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지난 13일 파리에서 IS의 테러를 당한 프랑스와 군사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처럼 테러응징을 위한 폭격과 협력을 통해 서방의 대 테러 전선에 합류하면서도 러시아가 가공할 순항미사일·폭격기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해 블라디미르 푸틴 치하의 러시아가 미국이 얕잡아볼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푸틴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군현대화에 나서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고 핵잠수함을 신규 취항시키며, 수호이 35와 같은 4.5세대 전투기를 생산배치하고 스텔스 전투기 T-50, 아라마다 탱크 등 최신 무기를 개발하는 등 날카로운 발톱을 살짝 내보이면서 미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마하 2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Tu-160 첫 실전투입 =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한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여객기 7K9268편의 사고 원인을 IS가 설치한 폭탄의 기내 폭발로 결론 내렸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테러 배후인 IS를 응징하기 위해 순항(크루즈)미사일을 비롯해 Tu-160 5대, Tu-95 6대, Tu-22 14대 등 전략 폭격기 25대를 동원, IS의 자칭 수도인 라카를 비롯해 데이르에조르, 이드리브, 알레포, 다에쉬 등 주요 장악지역에 미사일 공격과 폭격을 퍼부었다.
블랙잭이라는 이름이 붙는 Tu-160은 17일 다에쉬 폭격에서 첫 실전에 데뷔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텔스 폭격기로 냉전시대에 설계된 B-2에 대응하는 옛 소련이 설계한 마지막 폭격기다. 이 폭격기는 폭격기 B-1, B-52보다 큰 기체를 자랑하는 러시아 최초의 장거리 제트 폭격기다. 크기는 길이 54m,너비 35~55.7m, 높이 13.1m다. 하얀 외부 도색과 날씬한 기체 때문에 '백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블랙잭의 강점 중 하나는 무시무시한 속도.최대 속도가 마하 2.05에 이른다. 강력한 쿠츠네초프 NK-32 후연소 터보팬 4기를 장착해 마하 2.05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체 수명을 위해 마하 1.5로 비행속도를 제한하지만 엄청난 속도다. 미국의 제공 전투기 F-15도 요격하기가 힘든다고 한다. 미국의 B-2 스피릿 폭격기가 스텔스 성능에 의존한다면 블랙잭은 엄청난 속도와 무시무시한 폭장량에 기댄다. B-2, B-52는 공히 음속을 밑돌고, B-1도 최대속도가 마하 1.25 수준인데 블랙잭은 순항속도가 마하 0.9 정도니 엄청 빠르다.
블랙잭은 내부 폭탄창에 40t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31.6t을 싣는 B-52보다는 많고 56.7t을 싣는 B-1 랜서보다는 적은 량이다. Kh-55 장거리 순항핵미사일 6발, Kh-15 단거리 핵미사일 12발 등 핵 발사 능력도 갖췄다. 특히 미국 본토 공격을 감안해 제작했기 때문에 최대 항속거리가 2만㎞이며 작전 반경도 1만㎞에 이른다.
1981년 첫 시제기가 최초 비행을 했고 양산형 1호기는 1984년 우크라이나 공화국 프리류키의 제 184 수비중폭격기연대에 배치됐다. 옛 소련이 붕괴됐을 때 이 폭격기연대는 36대를 보유했다.우크라이나는 이 중 8대를 1999년 러시아연방공화국에 매각했다. 현재 16대만 임무를 수행중이다. 러시아는 오는 2023년 대량생산을 시작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파크다(PAK-DA) 가 취역하기 전까지 총 50여대를 생산할 계획으로 있다.
늙은 곰이지만 펀치력 강한 Tu-95도 폭격에 참여했다. 1955년 처음 공개된 이 폭격기의 나토 코드명은 '베어'이다. 미국의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터보프롭 엔진 4개를 달고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1만5000㎞에 이른다.
최근에는 정찰기, 대잠초계기, 지휘통신기 등 다양한 용도로 개조돼 사용되고 있지만 최초 개발 목적인 장거리 전략폭격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무기 폭장량은 15t에 이른다. Kh-20, Kh-22, Kh-55 등 다양한 스마트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1970~1980년대 구소련 위협론을 만든 Tu-22M3 백파이어도 이번 공습에 동원됐다. 백파이어 편대는 18일 라카와 데이르에조르의 탄약고, 군시설과 훈련기지 등 6개의 표적을 맹폭했다. 최고속도가 마하 1.88, 전투반경 2410㎞인 백파이어는 IS 킬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번에는 OFAB 250-270 자유낙하폭탄을 투하했으나 공대함순항미사일 라두가 Kh-15 10발이나 대형 Kh-22 3발 등 약 24t의 무기를 탑재한다. 두 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마하 5로 매우 빠르다. 특히 무게 약 5.9t인 Kh--22는990kg의 성형작약탄두를 달고 있어 항모를 가동불능상태로 빠뜨릴 파괴력을 갖고 있어 미해군을 떨게 했다. 이 때문에 백파이어는 항모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백파이어 시제기 Tu-22M0는 1969년 8월 말 첫 비행을 했고 M3형은 1977년 첫 비행을 해 1978년부터 양산됐다. 최후형인 Tu-22M3은 옛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 3월 실전배치됐으며 총 약 500대가 생산됐다.
도입 초기 대량의 장거리 대함 미사일을 t 탑재해 미 해군을 떨게 했다. 게다가 최고 속도가 마하 1.88이고 마후 1.6의 속도를 상당기간 지속할 수 있다.
◆러, 장거리 순항미사일 Kh-101 첫 실전사용했나?=러시아 전략폭격기의 지난 18일 다에쉬(Daesh) 폭격은 블랙잭의 실전 데뷔일 뿐 아니라 러시아의 비밀 순항미사일 즉 라구다 Kh-101의 첫 실전 데뷔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TNI)는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은 러시아가 구형 라두가 순항미사일 Kh-55와 Kh-555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라두가 Kh-101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도 같은 날 Tu-95가 지금까지 전투에서 사용하지 않은 무기를 배치했다고 확인해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러시아의 이즈베스티아는 2013년에 미사일이 실전배치됐다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미사일 위협을 다루는 전문 사이트인 미사일스레트닷컴(Missilethrear.com)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길이 7.45m, 지름 51cm, 탄두중량(재래식 탄두) 400kg, 총발사중량 2.3t의 대형 미사일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순항미사일 토마호크(5.56m, 약 1.45t)보다 대형이다. 사거리는 2000km이상, 최대 3000km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비행사거리가 5000km에 이리는 것으로 추정한다. Tu-95가 이 미사일을 좌우 날개 밑에 각각 네 발씩 장착하고 비행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250kg짜리 핵탄두를 장착한 것은 Kh-102로 부른다. 둘 다 속도는 마하 0.77 정도로 추측될 뿐 확실한 데이터는 없다.
사거리와 핵탄두 장착 능력 외에 더 놀라운 점은 탄착오차 즉 원형공산오차(CEP)가 극히 낮다는 점이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아는 2012년 재래식 탄두 장착 Kh-101의 CEP가 사거리 6000마일(약 9560km)에 30피트(약 9.14m)미만이라고 보도해 충격을 줬다. 관성유도와 러시아판 GPS인 GLONASS를 이용한 위성항법 시스템, 적외선 이미지 종말 유도시스템으로 정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Kh-101이나 102에 필적할 만한 미국의 순항미사일은 AGM-129 어드밴스트 크루즈 미사일이 꼽히지만 이미 퇴역됐다. 미공군은 이들 러시아 순항미사일의 개념을 본뜬 장거리 원격 미사일(Long Range Stand Off missile)을 개발 중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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