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경제 전망 기관들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에도 경제성장률은 전망을 수정할 때마다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와 주요 경제 전망 기관들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3.3% 구간에 산재해 있다.
기관별 전망치는 정부가 3.3%로 가장 높고 모건스탠리가 2.2%로 가장 낮다. 내년 한국 경제가 3%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기관은 정부 이외에 한국은행(3.2%), 국제통화기금(IMF 3.2%), 한국개발연구원(KDI 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 한국금융연구원(3.0%)이다.
해외 투자은행(IB) 중 바클레이즈캐피털(3.0%),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3.1%), 골드만삭스(3.3%), JP모건(3.2%)은 한국이 내년에 3%대 성장 궤도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2%대 성장률을 전망한 기관은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7%), 한국경제연구원(2.6%)이다.
해외 IB 중에는 모건스탠리를 포함해 BNP파리바(2.4%), 씨티(2.4%), 도이체방크(2.9%), 노무라(2.5%), UBS(2.4%)가 2%대의 성장률을 점쳤다.
이들 19개 기관의 평균 전망치는 2.9%다. 문제는 주요 기관이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예측을 할 때마다 내려간다는 점이다.
이달에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수정한 OECD는 6월의 전망치보다 0.5%포인트를 내렸고 IMF는 지난달 수정 전망에서 전망치를 7월보다 0.3%포인트 하향시켰다.
한은은 10월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7월보다 0.1%포인트 낮췄다.
골드만삭스 등 10개 해외 IB들의 10월 말 기준 전망치 평균도 2.7%로 9월 말 기준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이달 23일 경제 전망을 수정하는 KDI도 하향 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KDI 관계자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수정 여부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IMF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기 때문에 그 부분만 놓고 보면 하락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다음 달 초순이나 중순께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 위기,중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뿐만 아니라 환율, 가계부채 등 국내에도 경기를 끌어내릴 하방 위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은 내년에 한국 경제를 어렵게 할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10일 '2015∼2017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3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이 상품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에서 신흥국에 50∼60%를 의존하고 있어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 둔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이런 전망의 근거를 제시했다.
내년 일자리 증가 폭은 20만7천∼43만명으로 예측됐다. 올해 전망치 30만1천∼40만명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
주요 기관의 내년 수출 증가율(통관 기준) 전망치는 1.0∼3.9%로 올해(-9.7∼-6.2%)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해가 워낙 저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처음으로 0%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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