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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정지 예결소위…"예산심의 두 주밖에 안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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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해마다 국회 예산 심사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 예산심의 일정은 정해져 있지만 여야간의 갖가지 정치 쟁점으로 공전을 벌이다 막판에 '벼락치기' 하는 일들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결위가 올해 계획한 예산심사 전체일정을 보면 9일부터 29일까지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작동해야 한다. 소수의 여야 의원들이 모여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집중적으로 협의를 하는 자리다. 내년 예산안의 각 사업별 예산액이 감액과 증액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서 확정된다.

하지만 예산소위는 아직까지 소위 명단조차 확정을 하지 못한 채 열리지 않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5일차 심의가 진행됐어야 했다. 예결위 일정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주 한국사 역사서 국정화 고시 이후 국회 공전의 영향이 일차적으로 컸다. 그 이전까지 예결위는 예년에 비해 순조롭게 예산심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자 야당이 국회 일정에 거부하면서 예결위 일정이 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예결소위 구성 등의 일정은 며칠 늦어졌다. 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으로 예결소위 작동을 멈춘 이유는 따로 있다.


당초 예결위는 지난 9일 예결소위를 15명(새누리당 8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으로 확정, 의결했다. 하지만 11일 여야 원내대표가 각각 발표한 예결소위 명단은 달랐다. 여야 각각 한명씩 늘어난 17명이 된 것이다. 예결위 의결사황을 여야 원내대표가 깬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의결로 확정된 소위 위원을 증원하기보다는 의결된 바에 따라 명단을 수정 작성하여 소위가 조속히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예결위 소위 위원명단을 15명에 맞춰 확정해달라는 요구다.


50명이 소속된 예결위가 별도의 소위를 꾸리는 것은 다수가 참여하는 회의에서는 논의의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예결위는 회의 막판에 가면 소소위(小小委)를 꾸려 극히 제한된 인원이 모여 예산심의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예결위 소위가 17명이라는 인원이 될 경우 이는 한 개 상임위에 버금가는 인원이 되서 소위를 꾸려 회의를 진행하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참고로 통상 일반 상임위의 경우 소위원회는 5~7명 정도만 참여한다.) 예결소위 위원들이 한마디씩만 해도 몇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예결소위 인원을 여야 원내대표가 늘려 발표한 것은 내년이 총선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예산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예결소위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결소위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산배정의 우선권 확보를 뜻하는 말로 통한다. 특히 여당 실세 의원이 뒤늦게 참여하면서 국회 바깥의 외풍(外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결소위 위원수 논란 때문에 현재 예결소위는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예결위가 주어진 시간마저 활용할 창구가 막히게 된 것이다. 예산안 심의를 위해 국회가 심의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주 남짓 남았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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