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기엔 너무 거대했던 “마이 샤로나”
1970년대 중·후반은 디스코와 펑크가 지배한 시기다. 4인조 록밴드 낵(The Knack)은 박력 있는 리듬에 단순하고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간결한 리프로 무장했고 이들의 데뷔작은 시대의 대세를 거스를 만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로큰롤에 갈증을 느꼈던 팬들은 낵에 환호했고 『겟 더 낵 (Get the Knack)』은 캐피톨 레코드(Capitol)가 발매한 앨범 중 『밋 더 비틀즈(Meet the Beatles)』 이후 가장 단 기간에 골든 레코드를 받은 음반이 되었다.
첫 곡 “렛 미 아웃(Let me out)”에 이들의 특징이 압축되어 제시된다. 빈틈없이 박자를 몰아대는 드럼 위에서 베이스와 드럼 위에서 아우성치는 듯한 보컬, 간결한 리프가 숨찰 정도로 흥겹다. “댓츠 왓 더 리틀 걸스 두(That's What the Little Girls Do)”와 “프루스트레이티드(Frustrated)”는 춤추고 싶게 만들고, “루신다(Lucinda)”는 달콤하다.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차트 11위까지 차지한 “굿 걸스 돈트(Good Girls Don’t)”는 광고 음악에 어울릴 만한 세련된 기타 팝이다. 시종일관 흥겨운 앨범 속에서 불쑥 등장하는 발라드 “메이비 투나잇(Maybe Tonight)”도 예사롭지 않다.
모두 좋은 노래들이지만 이 앨범은 결국 “마이 샤로나(My Sharona)”의 그림자 안에 있다. 록 팬들이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갖춘 이 곡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단순하고 경쾌한 드럼, 심장처럼 둥둥대는 베이스, 한 번만 들어도 영원히 기억날 것 같이 간단하고 신나는 기타리프. 덕 피거(Doug Fieger)가 10대 소년의 심정으로 썼다는 가사는 유치하지만 흥을 돋구고, 이 곡에서 리드 기타리스트 애비어(Berton Averre)는 헨드릭스처럼 멋지다. 현란한 기타 솔로는 몇 번이라도 반복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어진다. 이들에게 큰 성공을 안겨준 “마이 샤로나”는 축복이면서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고 거대한 성공은 부담이었고 낵은 두 번 다시 데뷔작 같은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다. 이후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며 이따금씩 “마이 샤로나”만 연주하는 추억의 가수로 남았다.
낵은 어떤 대가보다도 훌륭한 시작을 했지만 누구나 알만한 거물이 되지는 못했다. 대신 원히트 원더의 대명사가 되었을 뿐이다. “마이 샤로나”는 밴드보다 거대해져 버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원히트 원더 밴드들과 달리 낵은 록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낵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라디오와 광고와 드라마, 영화 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된-그리고 틀림없이 또 어딘가에서 재생될- “마이 샤로나”를 들어보지 않을 사람은 드물 테니까. 낵의 성공이 데뷔작만으로 끝난 점은 밴드에게도 대중에게도 아쉬운 일이지만 그들이 보여준 재능은 세월 앞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