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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노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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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노는 학교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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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공부는 좀 하느냐." 은근슬쩍 물어보면 매번 아이는 "안 한다니까. 우리는 게임 많이 해"라고 한다. 학교에서 주로 '놀고 온다'는 얘기다. 피식 웃음이 터진다.


올해 아이가 입학한 초등학교는 혁신학교다. 지난해 전셋집을 보러 갔을 때 원래 살고 있던 세입자는 이래저래 좋은 조건임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다가 갑자기 낯빛이 흐려졌다. "애들 공부를 많이 시키시고 싶다면, 그게 조금 걸릴 수도 있어요." 혁신학교 학군이라는 말이었다.

우리 부부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주입식과 경쟁으로 점철된 기존 교육의 틀에 아이를 던지는 것이 못내 걱정스럽고 혹은 가슴 아픈 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조금 걸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최고의 조건이었다.


입학식에서는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각자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얘기하며 친구가 엉뚱한 말을 하더라도 비웃지 않고 존중하기가 주제였다. 이 학교가 가장 중시하는 교육방향인 것 같았다. 입학하고 나서 1주일가량은 6학년 언니가 멘토가 돼서 학교 이곳저곳을 안내하고 밥도 같이 먹었다. 유리그릇처럼 조마조마했던 신생아 적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학생이라니! 그 불안한 첫걸음을 둘러싼 환경에 나는 만족했다.

물론 아이가 '게임한다'고 표현한 것은 놀면서 배우는 '놀이 학습'이다. 여느 학교처럼 동일한 교육과정을 밟지만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하고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놀이 학습 외에도 어른도 힘들만 한 거리의 산행을 자주 감행했고, 어떤 때는 조막손으로 직접 벼를 베서 떡까지 해 먹었다고 했다. 얼마 전 학교 축제에서 아이는 단체로 율동 공연을 했다. 고학년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른 학생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 주거나 태권도 시범, 마술 공연 등을 했다고 한다. 마치 대학교 축제의 축소판 같았다.


내게 학교에 대한 기억은 유쾌하지 못하다. 학교는 정글이었고, 억지로 가는 곳이었다. 중학교 때는 월례 고사의 전교 등수가 떨어지는 만큼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당한 매질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귀가였다. 부모님께 성적표를 내놓을 자신이 없어 생애 처음으로 가출을 꿈꾸기도 했었다.


내 아이는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한다. 갈수록 밝아지고 자신감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수학 때문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다. 유전적 요인이 클 것이다. 얼마 전에는 "다시 태어난다면 단비가 되고 싶다"는 일기를 남기기도 했다. 처음엔 시적인 표현인 줄 알고 놀랐으나 알고 보니 단비는 아이의 반에서 수학을 가장 잘하는 아이라고 한다. 물론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갉아먹을 만한 스트레스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바라는 것은 아이가 지식과 지혜를 함께 배우고, 세속적 성공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목표로 삼아 나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놀이를 통해 행복해지는 법을 익히고, 내면의 아이를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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