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한국에선 12월만 들어서면 길거리 어디서나 쉽게 보고 들었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미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도심의 대형 백화점과 식당들도 저마다 성탄절 대목을 잡기에 바쁘지만 역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내세우는 곳은 거의 없다. 대신 종교적 색채가 없는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라는 표현이 거리를 장식한다.
친한 미국인들에게 물으니 자신들은 이미 교회나 가족 모임 아니면 공개적인 장소에선 여간해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종교와 문화, 민족들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미국 사회 곳곳에는 개신교에 뿌리를 둔 사상과 정신이 굳건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건국이념을 담은 헌법은 특정 국교를 거부하고 종교의 자유를 분명히 적시해 놓았다. 이에 따른 차별도 당연히 금지하도록 돼있다.
물론 미국 내 종교적, 인종적 차별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사회적 의식과 합의는 차별에 분노하고 다른 신념과 문화를 지닌 소수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참기 힘들어하는 목소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로 백인과 보수파 기독교인들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스타벅스 컵 논란은 이 같은 미국 사회의 새로운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연말 한정판 종이컵은 일부 보수 개신교 신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컵은 외부 표면이 온통 빨간색으로 돼있다. 성탄절을 상징하는 문구나 문양은 아예 없다. 일부에선 "스타벅스가 의도적으로 성탄절 상징을 뺐다"고 주장한다.
스타벅스 측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창의성으로 컵 디자인을 채우라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회의 일체감, 포용, 다양성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가치"라는 입장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사회가 해피 홀리데이와 메리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긴장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진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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