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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뷰] 코리아 퍼티그와 아베의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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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요란했던 7박 8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2일(현지시간) 일본으로 돌아갔다.


방미 기간 중 일본 침략의 과거사와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에 대해 진정한 사과 한 마디를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허탈했다. 지난주 한국은 물론 재미 한인단체, 미국의 일부 지식인ㆍ언론ㆍ정치인까지 나서 아베 총리의 진솔한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미 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인들에게 고통을 줬다"면서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관점을 계승하겠다"는 말 한 마디 뿐이었다.


미국에서조차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미 하원의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공화)이 거듭 "아베의 연설에 정말 실망했다"며 불쾌감을 표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방미 이후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다음 행보를 예상해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일본 정부는 이제 "미국에서 과거사에 대해 할만큼 했다"며 되레 한국을 역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본 혼자 나서진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 정부의 지원 사격을 최대한 이끌어낼 듯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과거사 논란에도 아베 총리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였다. 일본을 태평양 전쟁의 전범국이 아닌 미국의 핵심 경제ㆍ안보 동맹국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날로 팽창하는 중국 견제용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그림을 완성한기 위한 포석이다.


이제 다음 수순은 강력한 한ㆍ미ㆍ일 3각 동맹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다. 따라서 백악관도 한국 정부에 "이제 그만 일본과 악수하라"며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 피로증(Korea Fatigue)'이다. 한 마디로 "한국의 거듭되는 과거사 물고 늘어지기에 이제 지쳤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과거사 문제로 대(對)중국 견제 전략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도 깔려 있다.


일본도 미국 내 지일파 인맥을 활용해 한국 피로증 확산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당장은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머잖아 '코리아 퍼티그'를 앞세운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자칫 한국이 '과거사 발목잡기' 오명을 쓴 채 국제무대에서 구석에 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금처럼 아베 총리의 입만 보는 수동적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아베 총리의 발언 수위에 따라 한ㆍ일이 갑론을박만 되풀이할 경우 되레 코리아 퍼티그를 부채질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미국조차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정당한 요구를 새롭게 가다듬는 준비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일본 과거사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아베 총리의 입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으로 옮겨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사와 위안부 문제는 물론 상당수 미국인도 납득하고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분사 방안까지 전반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일 관계 회복의 걸림돌은 한국의 트집잡기가 아니라 아베 정부의 '극우 DNA'라는 점이 분명해지지 않을까.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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