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그룹 모태인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한 자금조달안이 채권단에서 채택되면 뉴(New)금호플랜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6일 금호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오후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한다.
박 회장의 자금조달안은 지난달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주식회사'를 세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경영권(금호산업 주식 50%+1주) 인수를 위한 회사다.박 회장은 개인적으로 1530억원, 금융권대출로 3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금액은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투자받기위해 설립한 금호기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조달에는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참여한다. 박 회장 입장에서 보면 백기사인 셈이지만 투자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기존 계약 관계를 유지하거나 향후 전략적 관계를 고려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전략적 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은 출자가 예상되는 곳은 CJ그룹이다. 업계에서는 CJ가 500억~1000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 1000억원 이상 투자가 이뤄질 경우 CJ의 지분은 25%를 넘어선다. CJ가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서는 것도 가능해진다.
박 회장 부자가 금호산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단행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블록딜에 참여한 업체들도 금호기업 지분 인수에 참여할 전망이다.
박 회장 부자는 지난달 28일 금호산업 지분 9.93%(345만6179주), 금호타이어 지분 8.14%(1286만7736주)의 일부를 매각했으며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 효성, 한화손보,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이 각각 100억~2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박 회장 부자가 마련한 자금은 1500억원 가량이다.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과 계약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효성과 코오롱은 타이어의 원재료를 금호타이어에 납품하고 SK에너지는 아시아나항공에 항공유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등 보험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이 가입한 각종 항공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금호기업에 투자는 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롯데케미칼, 코오롱, 효성, 대상 등은 금호기업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박 회장의 매제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대주주인 대상그룹도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해외에서도 자금을 끌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항공사 경영에 영향을 주거나 국가 안보상 문제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해외 자본의 국적사 투자를 막고 있다는 점에서 걸림돌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출한 자금계획을 영업일수 기준 10일간 검토한다. 이후 채권단이 이를 승인하게 되면 박 회장은 12월30일까지 인수대금을 한 번에 납입하고 경영권을 되찾는다. 6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게 되는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말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졸업함에 따라 A321-200NEO 항공기 25대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성장동력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2분기 인천을 거점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을 갖춘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첫 취항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호기업에 다수의 기업들이 금호기업 지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박 회장의 재건에 잡음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이 이사회를 거쳐 결정한 것이 아니기에 확정적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채권단에서 승인한다고 해도 박 회장이 금호기업의 50% 지분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현안에 대한 반발이 제기될 시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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