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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상징이 된 그 얼굴에 얽힌 사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 지난해 11월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 현장. 낯익은 가면을 쓴 100여 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행정장관 사퇴', '진정한 보통 선거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 2013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도 이 가면을 쓴 수백 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질타하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다.

#.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도 일부가 이 가면을 썼다.


저항의 상징이 된 그 얼굴에 얽힌 사연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중 가이 포크스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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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의 시위 현장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이 가면은 가이 포크스라는 실존 인물의 얼굴을 본뜬 것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소재가 되면서 널리 알려졌고 해킹단체 어나니머스가 2008년 사이언톨로지와 전쟁을 선포하고 시위 현장에서 이 가면을 쓰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반정부 시위대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2000~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이 포크스는 누구인데 오늘날 저항의 상징이 됐을까.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브이가 들고 일어서자고 한 날은 11월 5일이었다. 이날은 1605년 포크스가 영국 의회를 폭발시키려고 했던 날이다. 그는 국회의사당 지하에 폭약을 설치해 당시 잉글랜드 왕인 제임스1세와 대신들을 한 번에 죽이려 했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 포크스의 시도는 '화약음모사건'으로 남게 됐다.


포크스가 왕을 죽이려고 했던 이유는 종교 때문이었다. 제임스 1세는 영국 국교회였으며 가톨릭과 청교도를 억압했다. 이에 열렬한 가톨릭 신자였던 포크스 등이 왕을 죽이고 가톨릭을 억압하지 않을 이에게 왕위를 넘겨줄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인 다른 대신까지 죽게 되는 것을 염려한 이의 밀고로 포크스는 거사를 앞두고 체포돼 이듬해 처형당한다.


저항의 상징이 된 그 얼굴에 얽힌 사연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중 한 장면


포크스가 유명해진 것은 그의 죽음 이후였다. 영국 의회가 왕의 무사함을 축하하기 위해 포크스의 거사일인 11월 5일을 감사절로 정해 기념한 것이다. 처음에는 포크스의 실패를 기념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불꽃놀이가 됐다. 영국인들은 이날을 '가이 포크스 데이'라고 부르며 그를 상징하는 인형을 쓰고 행진을 하기도 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신교도와 구교도 모두 즐기는 축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영화 '브이 포 벤데타' 등을 거치며 포크스의 가면에는 종교는 빠진 채 저항과 전복의 상징만이 남았다.


포크스 가면이 갖는 의미는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에서 브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는 잘못됐다. 한때는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 표현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감시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누구의 잘못인가?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장본인은 바로 방관한 여러분이다." 또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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