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2일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한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이 금융업계의 건전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가맹점 부담액이 6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곧 카드사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카드사 전체 수입 중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인하분인 6700억원은 작년 카드사 전체 수수료 수익 9조5000억원의 6.8%를 차지한다.
영세 가맹자에 초점을 맞춘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가 대형 가맹점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이날 영세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연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중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종전과 같이 1.96%로 유지하기로 했다. 마케팅 관련 혜택은 대형가맹점이 누리는데 비용은 동일하게 부담한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라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카드 결제금액이 크고 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이 영세ㆍ중소 가맹점보다 수수료를 적게 받아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 따라 대형 가맹점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명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시작으로 선심성 금융부문 정책공약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수 있어서다. 지난 9월 국정감사 이후 은행권서 불고 있는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움직임도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가격 통제는 금융권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대표 사례"라며 '수수료 자율화'를 수차례 강조해 왔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수수료 인하가 금융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경제 원리에서 벗어난 수수료 인하는 금융산업의 펀더멘털 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상 최저 기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경기침체로 대손비용도 늘어나는 마당에 정책 위험마저 더해지면 중장기 성장 기반의 훼손도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의 투입이란 악수가 펼쳐질 수 있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의 0.7%포인트 인하는 수수료가 50%가까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민간기업 제품의 가격은 50%씩 깎지 못하는데 금융권의 가격 통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전화 가격에 대해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했다면 오늘의 삼성이 있었겠느냐"며 "금융사가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정부는 늘어난 수익만큼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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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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