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에 27조원, 전년 대비 3조6천억원 늘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스텝 부문의 인력 대부분을 현장 배치하고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대책에 나서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에 나선다. 어려워진 경영환경 때문에 살림은 줄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늘리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29일 공시를 통해 올해 시설투자에 총 27조원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반도체에 15조원, 디스플레이에 5조5000억원, 나머지 기타 부문에 6조5000억원이다.
현재 진행중인 주요 시설투자는 반도체 메모리 첨단공정 전환, V낸드, 인프라투자, 시스템LSI 신규 라인 건설 등이다. 디스플레이는 기존 라인 보완 등 증설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 규모는 올해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대비 3조6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는 총 22조6700억원의 시설 투자비를 집행했다. 2012년에는 22조8500억원, 2013년에는 23조760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는 23조4400억원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텝 부문의 경우 인력과 비용을 줄였지만 시설 투자는 오히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대신 투자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비용도 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지난 2011년 10조2900억원으로 10조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2012년 11조8900억원, 2013년 14조7800억원이 집행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총 15조3300억원의 R&D 비용을 집행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어들었지만 R&D 비용은 크게 늘린 것이다. 올해의 경우 반기까지 R&D 비용으로 7조4100억원을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R&D 비용을 집행할 방침이다. 현재 연구 인력들이 대거 현업 연구부서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R&D 인력의 재편이 끝나면 다시 R&D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까닭은 내년 경영환경이 어느때 보다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투자 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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