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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회의적 낙관주의자', 인류의 진보를 '실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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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빈곤과 건강, 소비자 행동을 연구한 경제학자 중의 경제학자

[뉴스카페]'회의적 낙관주의자', 인류의 진보를 '실증'하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사진 = 프린스턴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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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경제학자 중의 경제학자(대니 로드릭 하버드대학 교수)."
"경제학계의 오비완 케노비(아미타 찬드라 하버드대학 교수)."


지난 12일(현지시간),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동료들이 보낸 찬사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는 그가 "경제적 진보가 진정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밝혀낸 학자"라며 노벨위원회가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의 학문적 성과를 살펴보면, 이런 화려한 수사들보다는 미국 잡지 '뉴요커'의 '회의적 낙관주의자(A skeptical Optimist)'라는 별칭이 그를 더 잘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는 끊임없이 통념을 의심하는 회의주의자인 동시에, 인류의 진보를 믿는 낙관주의자다.


◆인류는 더 잘 살게 됐나 = '물질적 풍요가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너무 답이 뻔한 질문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학자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단언할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달해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 증대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른바 '이스털린 역설'을 발표해 주류 경제학의 통념에 도전했다. 최근 들어 이스털린의 주장에 동의하는 경제학자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행복 경제학'이 득세하고 있는 추세다.


디턴 교수는 지난 2010년 이 역설을 반박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함께 낸 논문에서 그는 '소득수준은 행복감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디턴 교수는 행복을 '감정적인 웰빙'과 '삶에 대한 평가' 두 가지로 나눠 조사했는데, 전자는 연소득 7만5000달러가 넘어가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데 반해 후자는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급변할 수 있고 주관적인 반면, 후자는 개인의 평가에 좌우된다. 객관적이라는 점에서 그와 카너먼 교수의 연구는 의미가 있다.


디턴은 2013년 출간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2010년과 달라진 것은 조사의 범위가 미국에서 전 세계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책의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의 소득수준은 증가했고 인류는 예전보다 더욱 건강해졌다. 몸집이 커지고 장수하게 됐으며, 불평등의 수준은 안정됐거나 천천히 감소하고 있다. 인류는 빈곤을 버리고 위대한 탈출을 감행했으며,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를 둘러싼 오해와 논란들 = 이같은 결론만 보고 그를 '성장 지상론자'로 오해하는 시선도 많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번역서 부제는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 였다, 출판사는 "불평등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게 책의 핵심 주제인 것처럼 소개했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비판하는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론'과 디턴의 '위대한 탈출'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그와 피케티 교수의 주장은 결코 반대가 아니다. 똑같이 불평등을 연구했지만, 피케티 교수는 소득 분배의 최상위 계층에 집중한 반면 디턴 교수는 소득 분배의 전체 모습을 균형 있게 파악한 후 분배 사다리의 최하층인 빈곤층에 집중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디턴 교수는 '위대한 탈출'에서 피케티 교수의 이론을 인용하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 직후 가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불평등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것으로, 나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며 불평등에 대해 중립적 입장임을 확실히 했다.


그의 주장 중 논란을 빚는 부분은 불평등이 아닌 해외 원조에 대한 주장이다. 그는 무조건적으로 돈을 투입하는 '수력학적' 접근법이 옳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원조자금을 퍼부어줄 경우 돈을 받은 부패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웰빙은 돈외에도 의료, 정부의 투명성 등에도 크게 영향받기 때문이다.


◆숫자가 아닌 '현상'에 집중하다 = 지금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른 학자들이 이론적 주장에 집중한 것과 달리 그는 철저한 실증주의 연구자다. 위대한 탈출에서 디턴 교수는 다양한 지표를 사용해 소득이 늘어날 수록 전반적인 인류의 삶의 수준이 나아지는 상황을 입증한다.


미국인 남성과 여성의 기대 수명은 1900년 47.3세에서 2006년 77.9세로 늘어났다. 1918년 세계 1차대전 직후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던 때를 제외하면 기대수명 그래프는 우상향했다. 영아사망률도 급격히 감소했다. 1751년 스웨덴에서는 신생아 1000명 당 160명이 첫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현대는 신생아와 10세 이하 어린이들의 사망률이 제일 낮다. 성인과 노인 역시 죽음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14개 부유 국가에서 50세를 맞은 성인의 기대 수명은 1950년 25년에서 2010년 35년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그는 인류의 웰빙 수준이 향상된 것을 단순히 소득 증대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과학의 발전, 흡연인구의 감소, 정치적 진보, 의료 분야의 혁신 등 다양한 요인들도 인류의 삶 수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중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인도에서 영아사망률 감소가 더 꾸준히 진행됐다는 자료는 그에게 경제성장이 언제나 사망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게 했다.


▷앵거스 디턴은


1945년 스코틀랜드에서 출생,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브리스톨 대학,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80년 개별 재화 및 서비스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AIDS(Almost Ideal Demand System)를 고안하고 이를 분석하는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제시, 현대적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 이론적·실증적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빈곤의 결정요인을 분석하는 이론적·실증적 토대를 마련했다. 저서에는 '경제와 소비자 행동(1980)', '소비에 대한 이해(1992)', '개발정책에 대한 미시경제학적 접근(1997), '건강(2001)', '데이터와 도그마(2005)', 위대한 탈출(2013)' 등이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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