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인턴기자]
올 여름 1269만 관객이 찾은 영화 '암살'. 주인공 안옥윤(전지현 분)을 중심으로 한 3인조 암살단을 지휘한 이는 약산 김원봉(조승우 분)이었다. 김원봉이라는 인물은 분량은 적지만 등장신마다 관객들에게 신비감을 줬다. 그의 절제된 대사는 극에 비장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더했다. '월북했다'는 이유로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적게 알려졌던 점도 신비감을 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영화 '암살'이 김원봉의 굳은 독립의지와 행적을 재조명했다면, 책 '약산과 의열단'은 김원봉과 의열단에 대한 가장 생생한 기록이다.
'약산과 의열단'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이 1947년에 썼다. 의열단원 유자명이 쓴 '의열단간사(義烈團簡史)'와 단원들의 편지, 당시 신문기사를 참조했다. 특히 김원봉의 구술을 더해 완성한 책이다.
책은 김원봉의 젊은 시절과 의열단 활동을 더듬는다. 의열단은 1919년 11월10일 만주 지린 성에서 김원봉과 윤세위, 이성우, 곽경, 강세우 등 신흥무관학교 출신 열세 명이 모여 만들었다. 김원봉은 의열단의 초대 단장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두 살 때 추대됐다. 일제는 의열단장 김원봉에게 당시 돈으로 100만원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김구 주석의 현상금(60만 원) 보다 많았다. 당시 100만 원은 현재 기준으로 200억~3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그만큼 의열단의 행적은 일제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책은 의열단의 주요의거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의열단은 암살대상을 일곱 부류로 정하고 파괴해야 할 다섯 조직도 지목했다. 조선총독 이하 고관·군부 수뇌·대만총독·매국적 친일파 거두·적탐·반민족적 지방유지 등이 암살 대상이었다. 조성총독부·동양척식주식회사·매일신보사·각 경찰서·왜적의 주요기관은 파괴대상으로 삼았다. 책은 나석주 의사의 동양척식회사 습격사건, 조선총독부 폭탄 사건 등의 생생한 기록을 담았다.
지은이 박태원은 책의 끝머리에 김원봉을 두고 “선생은 이제까지 언제나 시대와 함께 민중과 더불어 있어 왔다. 그는 결코 한층 높은 곳에 가 서서 민중을 지휘하고 명령하고 질타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선생은 민중 속에 파고들어 항시 민중과 함께 생각하고 또 행동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정동훈 인턴기자 hooney5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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