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S아파트 경비원 분신사건 후 1년…'최저임금 미준수'·'입주민 괴롭힘' 여전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에 최저임금을 100% 지급하게 됨에 따라 이를 주지 않기 위한 '휴게시간 조정 편법'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천시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센터가 167개 부천시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부천시 아파트 경비 근로자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90%만 지급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경비원의 휴게시간이 0.76시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는데다 휴게시간에도 경비 업무 외 입주민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경비원에는 휴게시간이 사실상 임금 인상 폭을 줄이려는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시간은 그대로인데 '계약서 상 휴게시간'만 늘어나 사실상 임금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아파트 경비원의 절반 이상(58.43%)이지난해에 비해 '휴게시간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또 조사 대상 아파트 중 최근 5년간 경비원 임금 상승분 때문에 휴게시간을 조정했다는 응답이 75.84%에 달했다.
하지만 늘어난 휴게시간에 휴게시간의 본래 목적대로 '근무지를 벗어나 쉬러 나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18%에 그쳤다.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어 사실상 휴게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20.23%, '근무지를 벗어날 수 는 없으나 근무지에서 취침할 수 는 있다'는 응답도 63.85%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경비원 임금 인상에 따른 세대 당 부담 증가 액수는 2000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이상인 50.68%였고, 2000원 이상 4000원 미만이 29.13%였다. 1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19%에 불과했다.
이에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아파트 경비원에 이제 겨우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됐는데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압구정 S아파트 경비원 분신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나 감정노동 문제는 1년 전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상담 사례 중에는 압구정 S아파트 사례와 흡사한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입주민의 괴롭힘에 못 이겨 근무 동을 옮겼는데 옮긴 동까지 입주민이 따라와 괴롭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근로자가 받아야 할 가장 기본인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게 급선무 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이 드신 분들이 그 정도 돈(최저임금) 받으면 어떤 처우를 당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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