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습니다.
바로 '우승턱' 입니다. 우승한 선수가 다음 대회 1라운드에서 떡을 돌리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제가 프로에 데뷔한 2006년에는 없었는데요. 3~4년 뒤 한명씩 하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우승턱'을 내고 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요즈음에는 '우승턱'도 다양합니다. 떡은 물론 샌드위치와 쿠키까지 등장합니다. 저 역시 지난해 7월 삼다수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낸 뒤 다음 대회에서 이틀에 걸쳐 정성을 표시했는데요. 더운 날씨 때문에 음식이 상할까봐 첫날은 빵, 둘째날은 마카롱을 준비했습니다. 저처럼 오랫동안 기다린 우승이나 상금이 클 경우에는 이틀에 걸쳐 '우승턱'을 내기도 합니다.
후원사에 따라 '우승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교촌 소속 (이)정은이는 올해 삼다수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치킨을 1박스씩 돌렸고요. CJ오쇼핑 소속 선수들은 맛밤을 선물했던 기억이 납니다. 롯데마트의 후원을 받고 있는 '보그너 챔프' 하민송은 떡과 함께 영화티켓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주 무대인 '해외파'가 우승해도 '우승턱'은 반드시 챙기는데요. (유)소연이는 지난달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소속사를 통해 다음 대회 때 떡을 보내왔습니다. 외국선수도 예외가 아닙니다. 노무라 하루(일본)는 한화금융클래식 우승 직후 이틀에 걸쳐 떡과 쿠키를 대접했습니다. '우승턱'이라는 전통에 대해 들은 뒤 "너무 좋다"며 "무조건 하겠다"고 'OK'를 했습니다.
'우승턱'은 투어에서 계속 지켜나가야 할 좋은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승한 선수는 다시 한 번 축하를 받고, 못한 선수는 "나도 다음에는 꼭 해 보겠다"는 작은 동기부여로 작용합니다. 저도 '우승턱'을 낸지 1년이 지나고 있는데요. "다음에 우승하면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면서 열심히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KLPGA투어 프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