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지방분권화 '역행' 논란...복지제도 신설시 사전 협의 의무 안지키면 지방교부세 삭감키로...지자체장들 "지방분권 확대 시대적 흐름 역행"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A지자체장은 선거 때 내건 공약인 '복지수당'을 신설했다가 해당 예산 금액만큼 국고보조금(지방교부세)를 삭감당했다. A지자체장은 "정부의 기존 복지 정책과 중복된다"며 반대하는 보건복지부의 만류에도 일단 '선거 공약'이라는 명분하에 공약대로 20억원 규모의 복지수당을 신설·지출했다. 이에 복지부는 자체 점검에서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고 20억원 범위 내에서 다음 연도 교부세를 삭감해버렸다. A지자체장은 "선거에서 뽑힌 지자체장이 공약으로 내건 복지제도를 실천하는 것도 정부의 눈치를 보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위 상황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방재정건전화를 명분으로 사전 협의없이 복지수당 등 사회복지제도를 신설한 지자체에게 지방교부세 삭감이라는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같은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을 30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교부세 감액 제도의 대상이 대폭 늘어난다. 현재도 정부는 감사원 감사ㆍ정부합동감사를 통해 지자체가 법령을 위반해 예산을 과다 지출하거나 지방세 징수를 게을리한 사실을 적발할 경우 지방교부세를 깎고 있긴하다.
이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지자체와 매칭 펀드로 사업을 하고 있는 각 정부 부처도 감액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감액 대상을 확대한다.
특히 지난해 개정된 사회보장법에 따라 사회보장제도 신설ㆍ변경 시 정부와 협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액수만큼 보통교부세를 삭감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재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출자ㆍ출연 제한을 어기거나, 지방보조금 지원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도 교부세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행자부 지방교부세과 관계자는 "건전한 재정을 운용하라는 취지에서 복지제도 신설시 복지부와의 협의가 의무화된 만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한 패널티를 주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자체들은 지방자치ㆍ지방 분권을 후퇴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지방교부세는 국가가 시혜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재정 형평성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취지상 패널티가 있더라도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며 "복지분야의 유사중복 사례 지양이라는 취지겠지만 지자체장도 선출직인 만큼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복지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보통교부세 배분 기준 중 기초생활보장ㆍ노인ㆍ장애인ㆍ아동복지비 등 4개 항목에 대한 추가 반영비율이 현행 20%에서 23%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수요가 많은 자치단체에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이 더 늘어난다. 낙후지역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 성장촉진지역으로 지정된 70개 시ㆍ군에 대한 수요를 추가 반영하는 내용도 있다.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올해 기준으로 자치단체 간 약 513억원의 교부세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교부세 배분 기준도 사회복지 관련 비중이 25%에서 35%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 지출비중이 높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구에 올해 기준 135억원이 더 지원된다.
재정 절약ㆍ수입 증대 노력을 잘 하는 지자체에 대한 교부세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 지자체가 인건비, 행사ㆍ축제성경비, 지방보조금 등을 절감했을 시 교부세로 반영되는 인센티브 규모가 평균 2배 이상 확대된다. 특히 무분별한 민간위탁 방지를 위해 동종자치단체 민간위탁금 비율 상위 3분의1의 평균을 초과하는 자치단체에 대해 해당 민간위탁금의 20%를 페널티로 부여하도록 하는 자구노력 항목이 신설된다.
세입 확충 관련해서는 지자체 스스로의 노력이 가능한 징수율제고ㆍ체납액 축소ㆍ세외 수입 체납액 축소 등 3개 항목에 대해 현재 150%를 인센티브(페널티)로 반영하던 것을 절감규모의 180%를 인센티브(페널티)로 반영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ㆍ법제처 심사를 거쳐 11월 중 개정이 완료된다. 부동산교부세는 연말부터, 보통교부세는 내년부터 이 개정안에 따라 산정된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지방교부세 제도개선은 지방재정개혁의 핵심으로, 35조원 규모의 교부세 재원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주민행복을 든든하게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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