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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만 둥둥…시름 깊은 방위산업]② 관료들 비유 맞추다 무기개발 끝난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6초

[보름달만 둥둥…시름 깊은 방위산업]② 관료들 비유 맞추다 무기개발 끝난다 국내 한 방산기업의 생산공장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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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방산기업들은 방산비리문제를 놓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방산기업에서 생산되는 무기체계는 군의 요구사항에 충족한 제품들이지만 문제가 생길때마다 방산기업만 '불량 생산자' 오명을 덮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기관들의 성과주의ㆍ책임떠넘기기가 문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08년 K-21 보병전투장갑차,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등을 '10대 명품무기'라고 발표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 후에는 시민들이 볼 수 있게 전시도 했다. ADD는 '10대 명품무기'를 소개하며 자신들의 업적 공치사에 열중했다. 그러면서도 함께 개발에 참여한 방산기업들의 이름은 배제했다. 그러던 ADD가 이들 명품무기들에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며 '불신의 무기'로 비난받자 방산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워 해명하도록 했다.


명품무기가 사고가 발생할때면 기관들끼리 책임 떠넘기기도 서슴치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K-21 보병전투장갑차다. 2010년 9월에는 K21보병전투장갑차가 설계상 치명적 결함으로 수상운행 중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같은 해 8월에는 육군이 실시한 사고재현시험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이 발견돼 군의 무리한 요구성능(ROC), 개발자가 시험평가까지 주도관리, 설계단계 자문역할 미흡 등 무기개발 체계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K21 개발기관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초 25t급 장갑차로 수상운행능력을 갖춘 K21은 설계때부터 ▲기울어진 무게중심 ▲배수펌프의 용량선정 ▲자동변속기 성능부족 ▲파도막이 기능상실 등이 주된 원인으로 보완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업계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 올리며 "당시 사고원인을 놓고 마치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과 ADD가 힘겨루기를 하듯 정책적인 잘못보다 설계안 변경문제를 놓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보름달만 둥둥…시름 깊은 방위산업]② 관료들 비유 맞추다 무기개발 끝난다 국내 한 방산기업의 생산공장 현장



▲너도나도 관여… 개발기간만 지체= "개발을 마치고 기관마다 절차를 밟을때면 공장안에 임원이 한명도 없어요. 각 기관마다 한명씩 나와 임원을 모두 끌고 나가버리니 회의조차 되질 않아요" 국내 방산기업 창원공장에 근무하는 한 임원의 하소연이다.


방산기업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관여하는 군기관이 많다보니 시간만 지체되고, 결국 군에 무기를 납품할 때쯤 되면 무기는 구형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기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긴데 각 군과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연관된 관계기관이 너도나도 개입해 알력을 행사하려다 보니 시간만 지체된다는 것이다.


해군이 도입한 구축함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486CPU에 16MB 메모리를 갖춘 구형컴퓨터로 구동되는 전투시스템이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구축함도입사업을 결정하면서 군은 방산기업에 486CPU를 요구했다. 방산기업은 요구조건에 맞는 컴퓨터를 장착했지만 세월이 흘러 구축함이 전력화가 되자 구형컴퓨터가 됐다.


K9 자주포도 마찬가지다. 몇해 전에는 K9자주포에 4GB짜리 USB가 개당 95만원에 납품됐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K9자주포가 개발됐던 1990년 초에 군에서 요구한 4GB짜리 USB는 최상의 메모리 요구조건이었다. 방산기업 입장에서는 대용량 USB를 소량생산하다보니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산기업들은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대령급 이상의 예비역 고위 장교들을 채용했다. 개발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군내 기수나 인맥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고 '울며 겨자먹기'식 채용을 했다. 다행히 최근에 군피아 논란이 커지면서 더 이상 취업 청탁 건수는 줄어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또 군의 과도한 성능(ROC) 요구, 취약한 국방과학기술 연구ㆍ개발(R&D), 시제품 부족, 짧은 개발기간과 시험평가기간, 기술료와 지체상금 등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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