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의 상징이 저지른 질나쁜 속임수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시스템 조작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23일 오후 폭스바겐코리아 담당자를 불러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국내 판매차량을 대상으로 한 배출가스 검사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제기한 배기가스 관련 소프트웨어 조작 사실에 대해 설명을 들을 예정"이라며"이 자리에서 폭스바겐측과 배출가스 측정 일정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문제가 제기된 차종은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A3 등 5개지만 국내에서 EURO-6 인증을 받은 차종은 제타, 비틀 골프, A3 등 4개다.
EPA는 폭스바겐이 인증시에 배기가스 배출 억제 시스템을 가동하다 일반 주행 중에는 시스템이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 농도가 미국 환경기준보다 많게는 40배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폭스바겐이 밝힌 대로 조작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1100만대의 디젤차량에 장착됐다면 연간 최고 94만8691t의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에 배출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전체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 정부는 검사결과에 따라 리콜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제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경유차 배출가스 관련 기준은 EU 기준에 따른다'고 정했는데, 현재 EU는 도로주행시 배출가스 검사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도로주행 검사 결과로 리콜을 결정하면 협정을 위반하게 돼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검사결과를 토대로 EU와의 통상 관계 등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리콜과 관계없이 집단소송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폭스바겐의 불법행위가 명확히 입증되면 피해 소비자를 모집해 집단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향후 폭스바겐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번 배출가스 조작이 의심되는 차량에 장착된 EA 189 엔진은 스코다와 세아트 등 영국 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그룹의 다른 브랜드 일부 모델에도 장착됐다.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아우디 외에 스페인의 세아트와코체코의 스코다, 고급차 브랜드인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EPA는 포르셰의 SUV 카이엔과 아우디의 Q5, A6, A7, A8 모델로까지 조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 당국 등도 관련 수사 방침을 발표했다.
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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