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지구 역사 기록하는 '스트리트H', 장성환의 미디어 실험
인물ㆍ맛집ㆍ상권 정보 무료 제공
고품격 디자인ㆍ콘텐츠로 승부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총 무게 82g, 16쪽 분량의 무가지인 '스트리트H'가 발간 6주년을 가뿐히 넘겼다. 2009년 6월 홍대앞 동네문화 잡지를 표방하며 첫 여정을 시작한 잡지는 그간 홍익대를 중심으로 서교동, 동교동, 연남동, 합정동, 상수동 등 4.5㎢에 달하는 홍대앞 문화지구의 지리ㆍ문화예술ㆍ인물ㆍ상권 정보를 아우르며 그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19일 만난 장성환 스트리트H 공동발행인(51ㆍ대표)은 "돈 한 푼 못 벌어도 10년은 만들겠다고 시작한 일이 어느덧 7년 차를 맞았다. 목표한 10년도 금세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고유명사나 다름없는 '홍대앞'에 둥지를 튼 사람과 장소의 특별함을 담겠다는 열망이 잡지의 유일한 이정표였다.
장 대표는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모여서 지역이 된다고 늘 생각했다"며 "홍대앞 문화의 원동력인 예술가와 디자이너들, 음악인들의 자취를 동네잡지라는 형태의 기록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트리트H의 H가 홍대앞의 이니셜인 동시에 인간을 뜻하는 'Human'의 상징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홍대앞을 홍대앞스럽게 만들어가는 이들은 잡지의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다. 발간 이후 6월까지 인물과 공간을 다룬 콘텐츠는 각각 500건, 350건에 달한다. 말 그대로 홍대앞의 기록이었던 잡지는 달려온 세월만큼 그 범위를 넓혀 아래로는 경의선 숲길공원과 양화공원, 위로는 와우공원과 당인리발전소 공원에까지 손길을 뻗었다.
그는 "홍대앞이라는 물리적 위치나 공간도 중요하겠지만 그게 없어져도 이런 관계망이 얽히고설켜 지금의 홍대를 만들어 온 것 아니겠냐"며 "과거부터 이어져온 홍대 미대 작업실부터 출판사, 인디밴드들, 토박이 주민들, 소규모 자영업자들까지 이곳에서 쌓여온 역사, 특히 사람들에 대한 애착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홍대 상권의 부동산 임대료 폭증으로 상점이 자주 교체되거나 프랜차이즈 상점 증가로 문화적 특색을 잃어가는 건 그도 안다. 하지만 과거의 홍대앞이 지금의 홍대앞 수준으로 스스로 확장해왔듯 홍대앞 지구는 앞으로도 이곳 사람을 중심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잡지는 10명의 상근 직원이 매달 조사해 업데이트하는 동네지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지도에는 주요 도로명과 건물, 상점들의 상호명이 빼곡하게 표시돼있다. 여기에 '기획특집' '홍대앞 문화인물' '우리동네 이런공간' '동네마실 나가다' '스트리트H가 주목한 곳' '문화달력' 등 세부 항목으로 콘텐츠가 더해진다. 매월 셋째 주 발행되며 홍대앞 문화지구 일대의 지정된 장소와 상점 40곳에 무료로 배포된다. 스트리트H에 게재된 맛집 정보는 네이버 매거진캐스트로도 접할 수 있다.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큰 힘은 각 콘텐츠를 기획하고 시각물로 표현해내는 전문성에 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인 장 대표는 리더스다이제스트와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을 거쳐 주간동아ㆍ과학동아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하며 인포그래픽(정보ㆍ자료ㆍ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했다. 현재는 디자인스튜디오203과 203인포그래픽연구소 운영을 병행하며 스트리트H에 디자인 지식과 인포그래픽 노하우를 접목하고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활자 색깔과 폰트, 다양한 일러스트와 도표, 그래프가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명쾌한 시각적 효과가 그 성과다. 또 여기에서 나아가 두 달 전엔 출판사 소소북스를 설립, '집밥 인 뉴욕'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를 출간하며 보다 심화된 내용의 지역 콘텐츠를 선보였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자적인 색깔을 지닌 '독립예술문화지구'인 홍대앞의 정보를 글과 사진, 지도로 만들어온 데 대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잡지가 훗날 지정학적ㆍ사회문화적 자료로 활용될 것을 고려해 앞으로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록을 써내려가겠다"고 말을 맺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