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마약 판매, 차량에 수백만원 현금 발견…대법 "마약 수익금으로 보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마약 판매상의 승용차에서 수백만원의 현금이 발견됐다. 판매상이 마약을 판 시점은 4개월 전이다. 그렇다면 승용차에 보관된 현금은 마약 판매의 대가로 봐 몰수 대상일까. 아니면 마약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판단해야 할까.
마약 판매와 투약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해 8월 인천에서 체포됐다. 그의 승용차에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류가 숨겨져 있었다. 또 승용차에는 현금 356만3000원이 함께 있었다.
문제는 돈의 성격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인천의 한 성인 PC방에서 필로폰 0.8g을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필로폰 0.8g은 80만원 상당이다. 1회 투약분은 10만원 상당이다.
법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9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부분은 받아들였다.
A씨가 체포될 당시 차안에 있던 현금 356만3000원에 대한 처분이 문제였다. 1심과 2심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 수익금으로 판단해 몰수한다고 선고했다.
A씨는 몰수된 현금이 부친에게 받은 돈 가운데 병원비 등으로 쓰고 남은 것을 처에게 생활비로 주려고 갖고 있던 것으로 범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문제의 현금을 마약 수익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필로폰 0.8g 수수 부분은 이 사건 현금이 압수된 시점으로부터 약 4개월 이전의 범행인데다가 압수된 현금의 액수 또한 필로폰 0.8g에 해당하는 금액이 아님이 명백하여 위 필로폰 수수 부분의 공소사실과 이 사건 현금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 현금의 몰수를 명한 제1심판결과 이를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몰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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