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 2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이 전(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회사가 어려워도 희망퇴직은 없을 것이라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공언(公言)은 허언(虛言)이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16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통보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사무직 뿐 아니라 생산직까지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신청 직원들은 근무연차에 따라 1억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특별위로금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회사의 실적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공기 지연이 발생하면서 지난 2분기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잠재 부실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가 2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적악화 탓에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개별 임원을 대상으로 퇴직을 권고하는 한편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약 30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되면서 업계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희망퇴직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이를 줄곧 부인해 왔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역시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시기를 정하고 퇴사를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희망퇴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지난 16일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공식적으로 통보하면서 박 사장의 발언은 불과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들통났다. 박 사장의 오락가락 발언에 직원들도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직원은 "최고경영자(CEO)가 희망퇴직은 없다고 공언해 철석같이 믿었는데, 불과 하루 만에 말이 바뀌었다"며 "직원들 대부분 회사는 물론 박 사장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 규모와 시기도 정해진 바 없으며 희망퇴직이 아닌 상시적 인력 조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업게는 삼성중공업이 이번 희망퇴직으로 1000명이 넘는 인력을 내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은 인력 감축을 비롯한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감원 인력에 더불어 자발적 신청자를 합하면 이번 희망퇴직으로 100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6척의 인도 시기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수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드릴십이나 반(半) 잠수식 시추선 같은 원유 시추 설비의 인도 연기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인도가 연기되면 배 가격의 70~80%에 이르는 잔금을 받는 시기도 그만큼 늦어져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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