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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뜯어보니…'나중에 협의'라는 이름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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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이민찬 기자]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극적 합의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합의문에는 이른바 쉬운 해고로 요약되는 '일반해고 기준 명확화'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 주요 쟁점이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이견을 좁히기보다 추후 협의해나가기로 '미룬' 수준이라, '반쪽 타협'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건건 마다 노사정이 충돌할 수 있는 갈등의 불씨를 남긴 셈이다.


14일 노사정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안)'에 대해 추인 여부를 결정한다. 합의문이 승인되면 노사정은 15일 최종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를 출범하며 노동개혁 논의를 본격화한 지 약 1년만의 성과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제 첫 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 뜯어보니…'나중에 협의'라는 이름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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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 보니 '협의를 위한 합의'=이번 합의문에는 그동안 대타협의 발목을 잡았던 2대 쟁점과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등이 모두 포함됐다. 핵심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문구다.


당초 정부의 요구대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하되, 미정리된 사항에 대한 합의는 뒤로 미룬 것이다. 대타협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낮은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민감한 문제에 대한 협의를 미룬 것에 지나지 않다"며 "추가 협의에서 어느 정도 진전된 합의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저성과자 등에 대한 해고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반해고 기준ㆍ절차 명확화의 경우 노사 및 전문가의 참여 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영계의 요구대로 법개정을 추진하되 그 전까지는 노사정이 협의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규칙을 바꿀 때 근로자 동의를 받기로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 이슈는 당초 한국노총이 대타협 결렬을 선언했을 정도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부분이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미합의 시 정부가 추진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까지 합의문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제화 여부를 놓고 향후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노사정은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등 기간제ㆍ파견업종 확대에 대해서도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을 정기국회 법안의결 시 반영하기로 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농업 등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제외 제도 개선방안은 내년 5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 또한 실질적인 타협이 아직 이뤄진 게 없는 셈이다. 나머지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슈는 연초 대타협 논의과정에서 합의된 내용 그대로 반영됐다.


◆입법화까지 '산 넘어 산'=노동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극적인 타협안 마련 과정 등을 감안할 때 이날 한국노총이 중집에서 대타협을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4월 한차례 대타협 결렬을 선언했던 만큼,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집을 통과하더라도 노동계의 반발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 한국노총 내부에서 금속노련, 공공연맹 등 강경파가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고,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는 언급은 실효성 없는 핑계"라며 "노사정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역시 해고기준 마련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 여야 협의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당정협의를 시작으로 노동개혁 5대법안(근로기준법ㆍ파견근로자보호법ㆍ기간제법ㆍ고용보험법ㆍ산업재해보험법)을 발의, 이번 정기국회 내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이 발효 중인 상황에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본회의 상정조차 어려운 구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김영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여야 의원도 각 8인이다. 국회 차원에서 별도의 특위를 꾸려 민주노총 등의 의견까지 모두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대로 된 대타협을 기대한 국민과 청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다시 한 번 절망하게 됐다"며 "핵심 합의사항이자 정부가 강압적으로 요구했던 일반해고 취업규칙 문제는 독소조항으로 악용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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