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심의 규정 위반했다" vs "민원 의식해 허가 안내준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은평뉴타운 기자촌사거리 인근의 아파트 사업 인허가가 수개월째 미뤄지며 은평구와 건설사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허가권을 가진 은평구청은 건설사인 대방건설의 설계안이 건축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방 측은 은평구청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의식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논란이 된 기자촌 3-14블록은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사업을 위해 지정한 택지개발지구다. 지난 2013년 편익용지에서 공동주택(아파트) 용지로 용도가 변경됐다. 지난해 6월 SH공사가 토지공급 공고를 냈고, 이를 대방건설이 매입한 상태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7월 이 땅을 834억여원에 분양받았다.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554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올해 6월말 매각대금도 모두 완납했다.
앞서 대방건설은 사업 진행을 위해 서울시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고 지난해 말 건축위원회 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계획과 기자촌일대 개발계획 재검토를 추진중"이라는 사유를 들어 첫번째 건축심의를 보류했다. 이후에도 8차례의 건축심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지구단위계획 등 관계법령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재심의 또는 부결됐다.
은평구청은 대방건설이 지구단위계획과 토지매각 조건 등에 부합하지 않은 설계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은평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당초 은평구 기자촌의 경관 유지를 위해 토지매각 권고사항에 진입로 구간은 8층 이하로 지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이 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은 13층으로 설계됐고, 지구단위계획의 최고 층수는 15층인데도 17층으로 설계하는 등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대방건설 주장은 전혀 다르다. 구청의 지적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건설사로서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설계안을 조정했고, 총 6차례 다른 설계안을 제출했는데도 번번이 또 다른 이유를 들어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아파트 높이 또한 최고 15층으로 설계했는데, 구릉지 특성상 지상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지하층(PIT)까지 포함시켜 17층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의가 재심ㆍ부결되는 이유가 구청장이 사업부지 일대를 공원화하겠다는 선거공약과 북한산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대방건설은 "분양 지연으로 생긴 금융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업을 해도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며 "분양 공고만 믿고 용지를 매입했다 낭패를 보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토지를 매각한 SH공사 측은 "당초 이 땅의 용도를 편익용지에서 아파트용지로 변경할 때도 은평구청을 거쳤고, 용지 매각 역시 분양 공고 등의 규정된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이기에 아파트 사업에 대한 위법성은 물론 용지분양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사태 해결이 지지부진하자 동종업계까지 나서며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민간 주택사업자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8일 은평구청에 협조공문을 보내 "택지개발지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의 기준을 과도하게 적용하고 명확한 행정지도도 없이 심의를 지연시켜 대방건설의 주택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합리적인 건축심의를 진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