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까르푸 이어 테스코도 철수…글로벌 빅3 한국이 무덤으로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키울지 쪼개팔지가 향후 관건
노조는 부분 파업 예고, 당분간 진통 잇따를 듯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영국의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 한국 진출 16년만에 짐을 싸게 됐다.
월마트, 까르푸에 이어 테스코까지 철수하면서 한국 유통시장은 다국적 기업 빅3의 무덤이 됐다. 현지화 적응 실패와 경쟁격화, 대형마트 규제라는 진입장벽에 두손을 든 셈이다.
테스코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7일 홈플러스 그룹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1997년 삼성물산이 대구 1호점으로 시작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긴 이후 16년 만에 다시 한국투자자 품에 안기게 됐다.
테스코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글로벌 3대 대형마트인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모두 한국 시장 적응에 실패했다는 멍에를 지게 됐다. 까르푸는 1996년 중동점을 시작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지적응 실패로 고전하다 2006년 매장을 이랜드그룹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이랜드의 홈에버는 2008년 홈플러스에 인수됐다.
1998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세계 1위 대형마트 월마트 역시 지난 2006년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한국식 맞춤경영에 실패한 실적 부진이 이유였다. 월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인수했다. 현지 적응에 실패한 월마트와 까르푸에 비해 테스코는 삼성과 손 잡고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규제라는 벽은 끝내 넘지 못했다. 영국 본사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테스코는 이번 매각으로 대략 5조원 가량의 차익을 챙기게 됐다. 홈플러스는 테스코에서 약 1조5000억원을 차입받고 8000억원을 투자받았다. 7조2000억원의 매각대금을 산정하면 대략 5조원가량 차익을 남긴 셈이다. 또 상표사용료와 배당금 명목으로도 2000억원 정도를 받아갔다.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의 주인이 바뀌면서 국내 대형마트업계 지형 변화도 예고된다. MBK파트너스는 2년간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오비맥주와 코웨이 인수 이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전략을 써 온 점에 미뤄 공격적 영업을 통해 단기간내 실적을 높이는데 역량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형마트 전체의 경쟁 격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알짜 매장을 추려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치열한 시장 경쟁과 의무 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매장 전체를 통째로 경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와의 문제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MBK파트너스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역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MBK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노조는 MBK로부터 고용승계에 대한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 이날까지 고용승계, 단체협상권 등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 규탄 결의대회와 부분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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