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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규제개혁] 포장하나 바꿨는데 인삼이 金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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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제품서 비닐팩으로…고려 상품명 사용규제도 완화
식약용 곤충산업 새소득원…농지보전부담금 분할납부 '4년'
건보료 지원 확인절차 간소화…타지역 농부도 유휴농지 임대
농업진흥구역 농지전용허가 권한, 시장 군수 구청장에 위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인삼 가공품을 생산하는 최창준(가명)씨는 올 2월부터 '고려(高麗) 인삼'라는 이름을 내건 신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고려'라고 표시를 하려면 지리적 표시단체인 고려인삼연합회에 가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작년 4월 '인삼산업법'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규정이 사라져 최씨가 '고려'라는 상품명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씨는 “인삼 중에서도 고려 인삼이 유명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종전에는 고려라는 상품명을 쓸 수 없어 판매가 어려웠는데 고려라는 이름을 달고부터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 인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포장 방법도 바꿨다.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인삼이 세계 규격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의약품으로 간주됐던 인삼이 식품으로 공식 인정받은 것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해외 소비자들이 인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인삼을 압착하거나 캔 포장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비닐팩으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포장 규격을 고쳤다.


경북 예천군은 이달 1일 경북대에서 곤충산업 활성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식약용 곤충을 농가에 보급,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역특화 창업 사례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곤충 가운데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에 이어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를 식품원료로 인정하면서 곤충 육성 품종이 늘어나게 됐다.


백유현 한국곤충산업협회장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식품원료로 활용하기도 어렵고 제품의 판매에도 한계가 있었다”며 “이 같은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노력이 새로운 식품시장을 창출하고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한 규제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농가는 새로운 소득원을, 농민들은 더 많은 일자리를 얻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규제개혁 대표 사례로 꼽힌 릫손톱 밑 가시 과제릮 9건을 모두 이행했으며 규제개혁 신문고나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나온 건의과제들도 대부분 해결했다.


고려 인삼 표기 문제와 같은 인삼 관련 규제가 대표적이다. 손톱 밑 가시과제 가운데 3건이 인삼과 연관된 내용이었다.


포도나 사과 재배 시 사용하는 석회보르도액은 프랑스 보르도지방에서 처음 사용된 방제약으로 포도나 사과 등 농작물에 치명적인 노균병 등을 예방한다. 친환경농약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인삼 재배 시에는 친환경 농약으로 인정받지 못해 사용이 미흡했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석회보르도액을 친환경 농어업 사용 가능물질로 등록, 인삼 농가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수삼을 판매, 유통할 때 단위를 '1채(750g)'를 사용해 왔지만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워 농협을 중심으로 표준규격인 'g'과 '㎏'을 사용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농가의 경제적 여건과 생활불편을 고려한 규제 개선도 추진했다. 농지보전부담금 분할 납부 횟수와 기간을 현행 3년 이내에서 4년 이내로 확대하고 농촌 지역 어린이집의 부담금 감면율을 50%에서 100%로 늘리는 등 부담금 납부 부담을 완화했다.


농업인 건강보험료 지원과 관련한 불필요한 확인 절차도 간소화했다.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농업인은 이장, 통장 확인 절차를 생략해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료 지원 신청을 편리하게 바꿨다. 농어촌 유휴농지에 대해서도 귀농·귀촌인이나 인근 경작자를 대상으로 우선 임대가 가능했지만 농지 임대수탁 사업을 도입, 타지역 농업인도 임대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고체용 화장비누의 경우 인체용은 공산품으로 분류되지만 동물용은 동물용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애완용품업체의 진입장벽이 높았다. 이에 따라 애완동물용 욕용제 가운데 화장비누를 동물용 의약외품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규정도 고쳤다.


정부는 이 같은 손톱 밑 가시과제 외에도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 집중 개선한 규제 기요틴 사업으로 3건의 규제도 개선했다.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농업진흥구역의 농지전용허가 권한을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에게 위임했으며 이물질을 제거하면 세척하지 않은 계란에 대해서도 등급란 판정을 허용해 양계 농가가 세척설비에 대한 투자 없이 계란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 규제개혁 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건의 286건 가운데 134건을 수용해 46.8%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부처 가운데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은 높은 수용률이다. 이 가운데 47건은 이행을 끝마쳤고 나머지 87건도 현재 추진 중이다. 6차산업 사업장 진입도로 규제완화와 저수지 상류 공장 설립 허용 등이 대표적인 수용 사례다.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나온 현장건의 과제도 모두 이행했다. 공장진입도로 건설을 위해서 수로점유를 허가했고 농림지역 토지에 마을조성도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임정빈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손톱 밑 가시 규제나 규제개혁 신문고를 통해 제안받은 규제는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서 모두 개선했다”며 “정부 출범 초기부터 규제개혁 작업에 집중해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규제가 있는지도 다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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