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접촉 담판 이어 한중·한미 정상회담…본무대 오른 박근혜외교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동선 기자] 남북긴장 상황을 일단락 짓고 방중(訪中) 일정도 확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어깨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주도권 확보라는 쉽지 않은 과제로 무겁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한 해소되기 어려운 한국의 불편한 처지를 '고래 사이 새우'에서 '핵심 중재자'로 전환시키는 게 핵심이다.
한국이 미ㆍ중ㆍ일 3개 강국의 이합집산 속에서 목소리와 위상을 키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남북 간 평화상태 유지다. 지난 수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는 한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 억지력'과 중국의 '대북 설득력' 사이를 오가며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이 임기 전반기 '압박'으로만 일관해온 대북정책 기조를 보다 '유연한' 실리적 접근법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박 대통령은 이번 고위급접촉에서 지뢰ㆍ포탄도발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지 않아 북한의 체면을 세워줬다. 반대로 한국은 '사과를 받았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할 구실도 마련한 절충수를 선택했다.
문제는 북한과의 해빙모드가 항구적 평화로 정착될 수 있느냐다. 성공적 고위급접촉 이후 이산가족 상봉ㆍ5ㆍ24조치 해제 논의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작업이 급물살을 탈지 여부는 그 첫 단추로 볼 수 있다.
대북 관계개선에 물꼬를 튼 것이 예선전이라면 본선 게임은 중국에서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고 논란 속 열병식 참관도 결정했다. 중국 방문 당일인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국방부는 우리 군 대표단 3명을 전승행사에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가며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대북 지렛대로서 중국의 역할을 중시해야 하는 박 대통령의 불가피한 결단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미국 동맹국 및 서방 전통 우호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는 가운데 매우 도드라진 행보로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뜻)' 선포장이 될 열병식 장면 속에서 중국군 사열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이 재차 한국의 중국경도론을 불거지게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박 대통령 방중에 앞서 열리는 한미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미국 측에 적절한 설명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는 30∼31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개최되는 북극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외교장관회담을 별도로 가질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이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양국간 회담인 만큼 양국 장관은 북한의 지뢰와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 및 공조 방안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며 "하반기 우리 외교의 전략적 로드맵 추진을 위한 기본 토대로써 한미공조를 한층 강화한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하면서도 대중 밀착을 유지하는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동북아 안정 도모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림으로써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지는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맹관계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미일 3각 공조의 흔들림 없는 유지를 위한 한국의 역할 수행을 다짐하고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초석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0월부터 12월 사이 집중돼 있는 지역 다자회의 참석을 통해 국제사회에 우리의 외교적 입장 전달하고 지지를 당부하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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