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열린 주주총회, 매도 보고서 확대, 과당매매 기준 강화, 임원 자사주 의무보유, 직원연금 도입, 성과급 폐지, 리서치 보고서 외부공급 제한, 사내 편집국 설치..’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파격행보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연일 화제다. 지난 2013년 9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증권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실험은 예외 없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토크쇼’ 형식의 주주총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포털 등에 공급해오던 리서치 보고서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내놓지 못했던 매도 보고서 생산을 독려하고 주식매매 회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경우 직원의 수익으로 인정하지 않는 과당매매 기준을 300%에서 200%로 낮췄다. 최근에는 연공 서열제를 폐지하고 직무별 연봉제와 절대평가 등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주 사장의 이 같은 행보에는 파격, 혁신, 변화, 개혁 등 수식어가 붙었다. 증권업계 ‘돈키호테’라는 별명도 얻었다.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행보와 생각하는 즉시 행동에 옮기는 추진력 때문이다. 행동에 옮기는 동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생각과 행동만 거침없는 게 아니다. 말과 글도 거침없다. 지난 10일 수십억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깎아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의 발언에 “어처구니 없는 발상과 억지주장이다. 저런 분이 노동개혁을 담당하고 있다니”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의도와 목적에 상관없이 이 발언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광복 70주년 행사와 관련해서는 "광복절 행사를 3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하고 있을까? 대통령 역시 그날 축사를 총리에게 대신 읽게 하고, 사면도 하고 있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한 사건(?)도 거침없는 주 사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주 사장에 대한 업계와 관련 유관기관 등 평가는 어떨까. 요약하면 업계는 그의 존재를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반면 유관기관은 흥미로운 ‘벤치마킹’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취임 이후 35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성과급 체계를 바꿔 상당수 임직원의 보수를 깎은 결과 회사 내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이해관계에 따라 주 사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셈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한화투자증권이 주 사장 취임 이후 실적까지 월등했다면 아마도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보다 더 했을지 모른다”며 “내부 쇄신 이라는 면에서 금융당국이 반길만한 내용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지속적인 인력이탈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9월이 되면 주 사장의 남은 임기는 1년. 어떤 방식의 혁신과 변화였는지에 따라 뒷맛은 다르기 마련이다. 이젠 ‘산초’의 생각이 궁금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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