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 인정요건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벌칙규정을 마련하고, 필요 이상의 고가 차량을 구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일정수준까지만 필요경비에 산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6일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일부 사업자들의 경우 업무용으로 차량을 구입하거나 리스하게 되면, 구입 및 리스비용과 유류비 등 제반 유지비용까지 모두 세법상 손금산입이 가능함을 악용해 업무용으로 고가 수입차량을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억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최근 5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억원 이상 수입차 총 판매량 1만4976대 가운데 83%(1만2458대)가 업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 세법개정안'에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직원만 운전이 가능한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세무서에 해당차량을 신고하는 등 일정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또 운행일지 등을 통해 사용비율에 따라 비용을 인정할 계획이다. 다만, 기업로고를 부착한 차량은 운행일지 등 작성여부와 관계없이 100% 비용으로 인정한다.
보고서는 "2015년 세법개정안은 업무용 차량에 대한 정당한 과세제도 정착을 위한 개선책으로서 충분한 의의가 있다"면서도 "추가적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직원만 운전이 가능한 자동차보험의 가입여부가 임직원이 아닌 자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점, 기업로고 부착제도가 업무용 차량의 사적사용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사업자가 필요이상의 고가 업무용 차량을 구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개선책은 아니라는 점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우선, 업무용 차량에 대한 업무무관 사용분에 대해서는 개인소득의 성격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업무무관 사용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업무무관 사용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고용의무 수행, 일시적 근무지 출근에 사용할 경우에만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손금제한 규정이 있다. 일본은 통근, 기타 사업상 관련 운행을 업무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지만 반드시 사용자의 신분은 법인의 임직원이어야 한다.
보고서는 "업무용 차량을 신고 없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벌칙규정의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업무용 차량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신고와 관련 세금납부가 전제된 사적이용이라면 문제되지 않으나, 허위신고를 통한 사적이용으로 조세회피를 하는 것에는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법인 등 사업자의 필요 이상 고가 업무용 차량 구입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현행 업무용 차량에 대한 무제한적 비용처리 규정을 차량의 배기량이나 가격이 일정수준(배기량 2000cc 또는 가격 3000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그 취득가액 또는 리스가액의 전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그 취득가액 또는 리스대상 승용차의 가액에 따라 필요경비나 손금산입가능금액의 제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배기량 및 차량가액에 대한 차등적 손금 인정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수입차에만 적용하는 규정이 아닌 모든 차량에 적용하는 규정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순조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일부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으로 인행 필요 이상으로 고가차량의 구매가 증가하고, 업무용임에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 세금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는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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