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사외이사의 기막힌 매도 타이밍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법정관리 위기에 빠진 삼부토건의 사외이사가 기막힌 매도 타이밍으로 큰 손실을 피했다.

11일 삼부토건은 3189억여원의 대출원리금 연체 사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83.13%에 해당한다. 삼부토건은 전날에도 개장 전 9443억6800만원 규모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혀 1조원이 넘는 거액의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부토건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제9차 대주단 자율협의회에서 채권행사 유예기간 변경 등의 안건이 부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담보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 등을 대주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삼부토건이 대출 만기 연장이 무산되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부토건은 채무상환을 대주단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이같이 법정관리 가능성이 불거지자 전날 삼부토건은 하한가로 출발했고 마감도 결국 가격제한폭인 29.89%까지 떨어져 366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갔다.

하지만 등기임원 사외이사 A씨는 지난 6일 보유중인 주식 1만주 전액을 매도해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 이날은 삼부토건이 대출원리금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바로 전날이다. A씨는 주당 6222원에 지분을 처분했다. 그가 직전 주식을 매도한 날짜는 2014년 1월27일로 이번 매도는 1년 6개월여만의 일이었다.

A씨는 9년째 사외이사로 재직중이어서 회사 안팎의 사정에 밝다. 삼부토건도 A씨에 대한 신망이 두텁다. A씨는 2008년 주주총회 때 사측 후보로 나서 영국 헤지펀드 랙시파트너스가 추천한 후보와 붙어 사외이사로 재선임되기도 했다.

사외이사는 외부 전문가를 경영에 참여시켜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경영진과 손을 잡고 그림자 권력으로 행세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금융투자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